기자들이 최초로 직접 선출한 43대 기자협회장의 영광은 박종률(46) CBS 국제부 부장대우에 돌아갔다. 1992년 CBS에 입사한 박종률 당선자는 워싱턴특파원과 한국기자협회 CBS지회장을 지냈다. 지난 2000년 CBS노조의 1년 장기 파업 당시 해직당하기도 했다.

8일 미디어오늘과 만난 박 당선자는 ‘초심’을 강조했다. 이는 박 당선자 스스로 뿐 아니라 전체 기자들의 사명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박 당선자는 이를 위해 기자협회의 ‘초심’인 5대 강령으로부터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협회의 5대 강령은 ‘언론자유 수호’, ‘기자 자질향상’, ‘기자권익 옹호’, ‘국제교류 강화’, ‘조국의 평화통일’이다.

박 당선자는 “YTN 등 해직기자 문제와 편집권 침해에 대해 기자협회가 당당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인 공제회법 추진”을 통해 기자들의 권익보호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기자들이 언론인 본연의 자세를 찾는 것”이며 “협회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당선자와의 인터뷰 전문.

- 당선된 소감은?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이 있다. 첫 직선제이다 보니 기대하는 바도 상당할 것이고 많은 회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기자협회 임무를 ‘괜찮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출마를 하기 전 20대 때 기자를 시작하면서 느낀 불타는 사명감을 다시 느꼈고 그것이 그동안 내 길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그 초심을 다시 한 번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 출마할 때 느꼈던 두려움과 설레임, 그리고 당선된 뒤 많은 분들에게 갖은 고마움. 이 세 가지 초심을 항상 간직하면 큰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향후 실현해나갈 핵심공약을 소개해 달라

“공약의 우선순위를 두기보다는 병행해 진행해야 한다. 일단 부산일보 사태, 국민일보 해고 문제 그리고 아직도 미완의 상태로 남은 YTN 해직기자 문제가 중요하다. 각각의 언론사들의 부당한 행태에는 기자협회 이름으로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리고 내년 양대 선거가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언론의 공정보도가 중요하다. 국민들이 제도언론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언론을 감시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의 공감대와 신뢰를 얻기 위해 공정보도가 중요하다.

물론 언론의 공정보도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이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제 언론단체들과 공정선거보도 관련 준칙을 만들 생각이다. 이것이 강제성을 띄지는 않겠지만 기자 개개인들에겐 나름대로 구속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양심인이고 지성인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차원이다.

그리고 2013년 4월 임시국회를 목표로 언론인 공제회법이 입법 될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내년에 할 것이다. 회원들 설문조사부터 해보고 각계각층의 얘기도 들어볼 것이다. 이것은 국민적 이해와 언론계 내부의 공감대가 중요한 만큼 공감대를 위한 작업을 할 것이다.

기자 연수문제도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지방 기자들에게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현재 1인당 연수비를 조금 낮추되 언론 기금 등을 확보하면서 전체적으로 기금을 늘릴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예산에 조금 더 보태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수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단기연수도 활성화 시켜 지방과 전문기자들에게 많이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기자협회 산하는 아니지만 관련 유관단체들이 있다. 사진기자 협회, 편집기자 협회 등등 이러한 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기자협회가 모협회 다운 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 기자협회 근본설립 취지를 살리고 이를 위해 상호 유기적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기자협회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국민들이 볼 때 ‘잘한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권력을 상대로 언론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기자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침묵은 왜곡보다 배신이다. 침묵하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도리다.”

- 그동안 기자협회의 부족했던 점과 개선방향은 무엇인가?

“기자협회는 권익옹호단체일수 만은 없다. 친목단체일 수만도 없다. 기자협회의 5대 강령이 우리의 뼈대이며 그 강령의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강령에 모든 것이 녹아있다. 언론 본연이 갖는 비판과 감시 기능, 기자들의 연대 조직,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첫 단추이다.

그게 풀려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언론의 공공성과 공적 기능을 제기해야 언론인공제회법도 가능하다. 기자들의 단합도 마찬가지다. 기자로서의 초심을 확고히 가지고 권력에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 호랑이는 굶주려도 풀을 뜯지 않는다. 이게 자존심이다. 기자도 자존심이 필요하다. 배고파도 풀을 뜯으면 안 된다.”

- 최근 해직기자 문제, 각 언론사의 편집권 독립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YTN의 경우 전 회원사들의 탄원서명을 받을 것이다. 현재 YTN 해직자 문제는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주심 대법관에게 제출하려 한다. 부산일보나 국민일보에 대해서는 언론노조 PD연합회 등 언론단체들과 힘을 합칠 것이다.

미디어렙법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그것을 기자협회가 총대를 메야 할 사안이냐는 지적도 있고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가 회원사이기는 하지만 기자협회는 언론인 연대조직이다. 1% 특혜지원 때문에 99%의 언론이 힘들고 어려워지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 기자협회도 당연히 언론노조와 발맞춰 대응할 사안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그 한계의 벽을 확장하고 넘어서는 것도 우리의 노력이다. 당장 정권의 대언론관이 바뀌어야 한다. 권력이 언론을 도구로 의식해서는 어느 정권도 제대로 된 국민의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언론도 권언유착으로는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 이번 선거는 처음 치러진 직선제였다. 직접 회원들에게 전화를 거는 방식이었는데 생각보다 투표율(65.4%)이 낮았다. 회원들의 단합을 쉽게 끌어내기 어려울 것 같다.

“기자협회 산하 각 시도협회에 회장단이 구성되어 있고 언론사마다 지회장이 있다. 조만간 기자협회 집행부를 구성할 예정인데 결속과 단합을 위한 콘셉트에서 인선을 해보려고 한다. 각 지회장님들과 시도협회 회장단, 한국기자협회 집행부 간의 충분히 이심전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 SNS나 ‘나는 꼼수다’의 등장으로 기자들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SNS를 통한 국민과의 소통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SNS시대 기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소설가 이외수씨가 트위터에 SNS를 한글 자판으로 그대로 치면 ‘눈’이라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SNS라고 했다. 대단한 통찰력이고 관찰력이다. 안철수 현상처럼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SNS를 통해 주변을 보고 있고 자기 맡은바 일에 대해 진정성으로 최선을 다하면 위대한 사람이 된다.

진정성과 신뢰는 시대정신이다. SNS에는 가식이 없고 정치공학이 개입될 수 없다. 이를 보면 정치도 언론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기자가 비판과 비평을 하지 않는다면 기자일 수 없다. SNS의 정보를 토대로 제도언론은 비판기능이 강화 되어야 하고 기자들은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꼼수 등장에 대해서는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제도권 언론이 반성해야 한다’는 칼럼을 썼다.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적 반향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제도권 언론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반증이다.

사실 많은 기자들을 만나면 창피하다는 말을 한다. 왜곡도 아닌 아예 침묵하는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이제 국민들의 시각과 여론을 호도할 수 없다. 솔직하지 못하면 안 된다. 누가복음에 ‘참을 말하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돌팔매가 날아온다는 것이다.”

-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은?

“남북 교류 문제도 중요하다. 내년은 6자 회담 관련국가들의 정권이 바뀌는 해다.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민간차원이지만 지난 2005년 남북한 언론인들이 금강산에서 교류협력 차원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것을 부활시켜야 한다.

그리고 최근 북한 조선중앙통신 쪽에서 한국의 기자들을 초청했는데 통일부가 불허했다. 통일부도 정부도 열린 자세로 남북한 언론인들의 교류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족의 평화도 한국기자협회의 5대 강령 가운데 하나이고 이는 그 강령에 따른 기자협회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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