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IPTV 그리고 SNS의 등장까지 지상파가 사실상 독점해왔던 여론과 콘텐츠가 점차 분산되면서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도 줄어드는 듯 하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런데 최근 지상파 방송이 다양한 매체 출연을 근거로 시장경쟁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SBS가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에서 벗어나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려 하고 MBC도 이에 뒤따르려 하고 있으며, 콘텐츠 판매와 관련해 케이블 업계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상황들이 이를 반증한다. 때문에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이것이 공중파 방송의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 주최 ‘지상파방송 제도 변화를 위한 정책 과제’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상파 방송에 공영성을 부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파 방송에 공공서비스 방송을 위한 규제를 적용하고 다만 공영과 민영을 나누어 민영에는 규제의 강도를 다소 낮춰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영주 지역공공성연구소장은 발제에서 “한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 등 수많은 측면에서 지상파가 갖고 있는 역할과 가치는 다른 방송매체가 대체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지상파방송의 정책이나 제도를 건강하게 발전시켜야 하는데 공공서비스 방송체계(PSBS)를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서비스의 원칙에서 콘텐츠를 정치적, 문화적으로 다양성을 키우고 정치경제로 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며 “공영 뿐 아니라 민영방송에도 이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만 공영계열에는 보다 강도 높은 공적서비스 책임을 부과하고 민영계열은 다소 완화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지상파 방송의 PSBS 강화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들의 취약한 경제적 상황에서는 개선이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시적 측면에서 지상파들의 PSBS를 적극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태순 미디어로드연구소장도 “한국의 미디어에 사유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공영방송 조차 시장논리를 ㅤㅉㅗㅈ아가는 상황에서 PSBS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를 위해 미디어정책의 탈정치화가 우선 되어야 하고 미디어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자유롭게 개방하는 등 실질적 문화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지상파 방송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상 민주당 문방위 수석전문위원 역시 “문제는 방송의 정치화로 그동안 방송계가 먼저 정치권을 기웃거리면서 선거를 앞두고 노골화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지상파의 가장 큰 원칙은 국민이 어디서든 무료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PSBS는 부수적인 문제로, 대원칙을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데 두고 정책을 구성한다면 PSBS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석철 SBS미디어로드연구소 소장은 “이미 공익성과 공공성은 방송법이라는 제도적 틀이 잘 마련되어 있다”며 “문제는 법이 아니라 사람과 기구의 문제로 현 정부와 방통위가 통신산업 규제 틀을 방송 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가 공공성, 공익성에 대해서는 관심 없고, 어떻게 종편을 안착시키느냐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상파도 지상파지만 종편처럼 의무전송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제의 틀이 필요함과 함께, 공영방송이 재원에 구애될 일 없이 공공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나가면 민영방송을 견인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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