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요구를 경의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KBS 내부에선 “예상했지만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며 끝까지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연주 사장은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 회의실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감사원의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KBS는 5일 성명을 내어 “감사원의 적법하고 합리적인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발표 내용 중 부당한 처분 등에 대해서는 정하는 바에 따라 재심의를 요청할 것이다. 또 그 결과나 사안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법적대응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지난 4일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이 주최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촛불광장토론회에서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역할과 현 정권의 KBS 사장 몰아내기의 근거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는 △이번 감사는 특정정치목적의 단체가 제기한 국민감사청구를 계기로 시작돼 정치적인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표적감사 의혹을 감출 수 없고 △특별감사 진행단계에서 사장 포함 인원 재산 공개 내역 및 통신비 사용 내역 등 임원 개인 비리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며 KBS 직원 5300여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등 감사원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며 △KBS사장의 결격사유에 대해서는 방송법을 따라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감사원의 결정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양승동 KBS PD협회장은 이날 저녁 “어떻게 이런 걸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라고 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모든 직원들이 감사결과를 꼼꼼히 읽어보면 공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6일 오전 KBS 기자·경영협회 등 직능단체와 일부 KBS지부장, KBS본부 중앙위원들의 서명으로 사원 대상 호소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호소문에는 오는 8일 오전 10시로 다시 연기된 KBS 임시이사회 개최를 실력저지하자는 내용을 실을 계획이다. 양 회장은 “말도 안 되는 감사원 결과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최경영 보도국 탐사보도팀 기자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어처구니도 없고 너무 심하다”며 “감사원의 해임요구안이 의결된 건 근래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방만한 경영을 하고 인사를 멋대로 했다는데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제멋대로 식 낙하산 인사는 제대로 된 인사인가”라며 “감사원 내부에서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석 기자협회장도 “독립기구라는 감사원의 위상을 스스로 버리고 권력의 주구가 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장악 저지투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KBS본부는 이날 감사원 발표가 난 직후 KBS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KBS 특별감사는 원천적으로 잘못됐다”며 “공영방송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의 필요에 의해 급조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KBS본부는 “한마디로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이 위기의 순간에 때맞춰 공영방송 KBS를 난도질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연주 사장의 용퇴를 함께 주장했다. KBS본부는 “낙하산 정연주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용퇴해야 한다”며 “그리하여 KBS 구성원의 힘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공간을 내줘야 한다”고 주장해 감사결과에 분노하는 대부분의 사내 분위기와는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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