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격적으로 지난 4일 저녁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내린 것은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되는 오는 8일 이전에 정 사장 해임을 속전속결로 마무리짓기 위함이라는 게 언론계와 정치권의 분석이다.

당초 정연주 사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공식초청을 받아 6일부터 4박5일간 베이징을 방문해 개막식 당일 후진타오 국가주석 주최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자리에는 전세계 언론사 대표 20명이 공식 초청을 받았다.

KBS는 이와 함께 중국 방송·영화 산업을 관장하는 광전총국 장관과의 공식 초청 만찬을 비롯해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의 면담, KBS 중계 제작진 격려 등이 예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KBS 쪽은 4일 오전까지만 해도 베이징 올림픽 출국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당일 저녁에 돌연  출국금지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KBS는 5일 중국 쪽에 구두로 통보한 데 이어 “부득이 검찰의 수사로 인한 출국금지 등의 상황이 발생해 못 가게 됐다, 매우 유감스럽다”는 요지의 서한을 발송했고, 현지 제작진에게도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출국금지 조치 이후 수순은 체포영장 발부에 따른 강제구인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최근 대검찰청에 의뢰한 회계분석결과가 나올 즈음 정 사장을 강제구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어느 쪽으로 결정할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고 밝혔지만 수사팀에선 이미 강제구인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구인 시점은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온 뒤 KBS 이사회에서 정 사장의 해임여부를 결정한 직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간지 법조담당 기자도 “출금까지 한 마당에 강제구인 조사를 안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자기들이 생각하는 대로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검찰의 출국금지와 강제구인은 불필요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 사장 변호인단의 송호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는 “언론사 사장을 이런 식으로 출국금지한 전례도 없고, 도주우려가 없음에도 국가적 행사가 예정된 인사를 출금한 것은 전혀 필요없는 조치인데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하겠다는 생각인 모양인데 법원이 발부해줄지 모르겠다”며 “이미 충분히 소명이 됐고, 검찰 스스로도 조사가 됐다고 밝혀놓고 무리하게 강제로 데려다 조사하겠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 기소해서 법정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정 사장 문제를 이처럼 신속하게 조치한 것을 두고 방송장악의 정점인 KBS 장악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양승동 KBS PD협회장은 “이사회를 앞두고 감사원과 검찰이 동원된 일련의 시나리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쪽에서도 외교적으로 초청한 행사인데 이렇게까지 한 것에 대해선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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