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정연주 KBS 사장 해임요구안을 제청하도록 한 이유에 대해 5일 "재직기간 중 비위가 현저해 KBS의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7시께 배포한 감사원 감사결과 보도자료 중 '정연주 사장의 상세지적사항'에서 "KBS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수익성 추구 한계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으므로 경영합리화 조치와 함께 공정한 인사관리를 통해 조직의 역량을 강화해야 했다"며 "그러나 정 사장은 과다한 지출예산 편성, 조직·인력 방만 운영 등에 따라 취임 이후 KBS 재정구조를 만성적 적자 구조로 고착화시켰고, 인사전횡으로 조직갈등을 유발했으며, 위법하고 타당성 없는 방송시설 사업을 무모하게 추진해 사업비를 낭비했다"고 발표했다.

   
  ▲ 감사원 김용우 사회복지감사국장이 5일 오후 감사원 기자실에서 감사위원회가 내린 결정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감사원 "경영합리화·공정인사관리 의무 방기…과다한 지출예산·방만운영"

감사원은 △수입예산 과다 편성 문제가 이사회에서 계속 지적돼왔으나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객관적 근거없이 광고수입예산 2298억 원을 증액하는 의사결정을 주도했고, △인건비성 경비를 줄이는 대신 편법으로 인상하는 등 방만하게 집행한 결과 1172억 원의 누적사업손실(2004∼2007년)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관련해 "KBS가 지난 2004년 8월 행정법원서 승소하고도 이듬해 8월 국세청과 협의해 '자진 납부한 법인세의 환급을 포기한다'는 조정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해 합의됨에 따라 1996∼2004년 자진납부한 법인세 819억 원의 환급 주장을 못하게 됐다"며 "정 사장은 이를 이사회 등에 형식적으로 사후보고했고, 심의의결도 받지 않은 채 처리했다"고 비난했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이 같은 환급소송 조기종결은 당시 본인이 공사 내에 처해있던 위기상황에서 2005년 회계연도의 적자 발생을 회피하려는 데 치우친 것"이라며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환급포기로 819억 주장 못하게 돼"

조직·인력관리와 관련해 감사원은 정 사장이 2004년 팀제 도입후 2직급(1∼5급 중) 이상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등 상위직이 많은 기형적 조직구조를 심화시켰고, 인력감축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조직슬림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근무성적이 탁월하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승격에 대해 정 사장이 근무평가서열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등 근무성적이 낮은 자를 특별승격시켜 인사권을 남용했고, 팀장 111명을 분위기 쇄신 등 불분명한 사유로 보직해임하는 등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수원의 드라마제작센터와 관련해 건립목적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어 감사원이 이미 지적한 바 있음에도 수원센터 운영방향에 대한 입장을 변경하는 등 운영 정상화 책무를 회피했다고도 감사원은 지적했다.

"수원제작센터 건립목적 외 사용…감악산 중계소 건축 절차위반"

KBS별관 부지 개발사업(C3)의 경우에도 정 사장이 국토해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부처와 협의없이 지난해 2월 민간법률회사에 C3추진계획에 대해 유상임대를 무상임대 및 무상사용으로, 민간 업무시설을 방송테마단지로 사실과 다르게 질의해 모호한 회신(예:방송테마단지가 방송관련 시설이라면 KBS 업무 범위에 해당)을 받아 이를 근거로 집행간부·이사 워크숍에서 '방송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고한 뒤 3월 결제했으며, 지난 1월엔 이사회 의결도 받았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국토해양부와 방송통신위의 말을 인용해 입법취지에 어긋나고 방송법 상 업무재원의 범위에 벗어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사업이 법령위반으로 중단되면 디지털 전환 등 주요사업의 차질과 예산낭비도 예상된다고도 했다.

감악산 중계소 건축과 관련해 정 사장은 경기북부지역의 동두천 등 5곳의 중계소를 폐소하면 기존 가시청지역이 난시청지역으로 바뀌어 오히려 난시청이 늘어나는 걸 알면서도 '5만 세대 난시청 해소'라는 보고를 면밀히 따지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토록 결정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한 전파법 35조에 따라 무선국 허가를 얻은 뒤 건축행위를 해야 하나, 허가가 나지 않은 채 지난 2005년 10월 건축공사에 들어가는 등 절차를 위반했다고 감사원은 주장했다.

감사원은 정 사장에 대해 "그 비위 정도가 현저하다고 인정돼 감사원법 제32조 9항의 규정에 따라 한국방송공사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용권자에게 해임을 제청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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