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5일 KBS 특별감사 결과 경영부실과 인사권 남용의 책임을 물어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안을 내기로 의결함에 따라 KBS 사장 해임권이 없다는 현행 방송법 해석과 정면으로 배치돼 언론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감사원은 이날 서울 삼청동 감사원 청사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표결이 아닌 합의제로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성낙준 홍보관리관은 이날 오후 5시40분께 기자실에 들어와 이같이 전하고 구체적인 해임 사유, 해임요구 대상에 대해 곧 자세한 자료를 내겠다고 전한 뒤 자리를 떴다.

   
  ▲ 감사원 김용우 사회복지감사국장이 5일 오후 감사원 기자실에서 감사위원회가 내린 결정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감사원 정연주 해임요구안 '합의로' 의결…"해임권 없다는 방송법 취지 거슬러"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00년 방송법에서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한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개정해 면직을 할 수 없도록 한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을 하면서까지 해임요구안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기구로서의 처신과 자존심을 버리고 권력의 주구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인다"며 "해임을 할 권한이 없는 이사회나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구한 것도 말이 안 되며, 해임을 요구하더라도 개인의 비리나 법위반이 있어야 함에도 일반적인 경영책임만으로 이런 결정을 어떻게 할 수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국세청 검찰에 이어 감사원도 이젠 정권의 개가 되는 모양"이라며 "감사원 검찰 모두 스스로 중립성을 요구하기엔 더 이상 염치가 없을 뿐 아니라 다시 10년 뒤로 후퇴한 결과물을 토해냈다"고 성토했다. 양 총장은 "이제 감사원이 어떤 감사를 하더라도 정치적 감사로 규정할 수 밖에 없는, 오늘은 참으로 한국사회의 불행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양 총장은 또 "정연주 사장을 감사해 해임을 요구하겠면 개인적 비리가 드러나야 하고, 그렇게 드러났다면 해임에 걸맞은 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나 감사원은 정연주가 경영책임자로서의 정연주인지, 개인 정연주인지도 구분 못한 아주 의도된 정해진 길을 개처럼 따라간 결정을 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감사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항의방문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전경버스 한 대가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현석 "감사원, 권력주구 선언" 양문석 "정해진 길 개처럼 따라가" 최상재 "표적감사"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결국 감사원의 KBS 감사가 표적감사임이 드러났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부당한 정사장 해임'을 끌어내고자 조작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또 "감사결과에 대해 스스로 권위를 잃고 앞으로 감사원을 포함해 국민적 저항과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며 "감사원은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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