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에 누가 이익내라고 했느냐.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눈과 귀가 돼야 한다. 이윤추구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공익과 바람직한 사회를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다음 아고라 권태로운 창-나명수씨)

4일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이 주최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촛불광장토론회 '공영방송 KBS를 말한다'에선 KBS의 역할과 현재 정권이 KBS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주장하고 있는 근거에 대한 열띤 반박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엔 성유보 범국민행동 운영위원장과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 신태섭 교수(동의대·최근 KBS 이사직서 강제해임)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공영방송더러 누가 이익내라고 했나…적자 감수해도 국민의 눈과 귀 돼야"

   
  ▲ 4일 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시민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영방송을 지키고 정권의 언론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진중권 겸임교수는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고 누리꾼을 포함한 비판적인 국민을 탄압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 조중동이 거짓말해도 시민들이 사실로 믿었지만 이제는 믿지 않기 때문에 조중동과 정부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방송보도 및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의해 조중동의 왜곡보도가 여과없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현 정권을 '막장 정권'으로 표현하면서 "지금은 완전히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불심검문, 도처에 설치된 전경버스, 백골단, 불온서적 리스트 등장" 등을 제시하면서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이 통찰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방송장악 시도를 우리가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4일 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KBS쪽으로부터 시설보호요청을 받았다며 차량 수십여대로 KBS를 둘러싼 경찰과, 사옥 영내에서는 토론회를 열 수 없다는 KBS청경들이 토론회를 막아 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이사직을 강제로 박탈당한 신태섭 교수는 "현재 정권이 한꺼번에 방송을 포함한 언론장악과 누리꾼 탄압을 해치우려는 전략을 세웠다"며 "너무 정치여건이 좋으니 이런 편법을 써도 될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신태섭 "KBS가 편파? 우리사회 좌익컴플렉스 때문"

신 교수는 'KBS가 편파·불공정·좌파 방송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리 사회는 좌익컴플렉스가 제도화돼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신태섭 전 KBS 이사가 '공영방송 KBS 평가-경영'이란 주제로 지정토론에 나섰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현재 정권의 정 사장 공격 표적에 대해 신 교수는 "부실경영에 대한 것"이라며 "KBS 경영은 정상적인 스펙트럼 안에 있다"고 했다. 5년간 누적적자가 1500억 원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신 교수는 "재임중 적자 발생한 해의 적자액수와 2008년의 예상적자까지 합산해 부풀려놓은 것"이라며 "실제로는 도저히 그런 수치가 나올 수가 없다"고 밝혔다.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도 편파방송 주장에 대해 "대표적인 편파방송 사례로 제시된 '송두율 교수 관련 프로그램' '노무현 대통령 탄핵관련보도' 등도 달리 해석하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의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나아가 그동안 금기시했던 소재와 인물을 다뤘다는 점에서 보면 소재의 확대,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신장"이라고 평가했다.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한나라당의 방송장악에 대한 열망은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집요하고 체계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채 실장은 그 근거로 한나라당의 언론대책위원회가 지난 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 패배가 'KBS MBC 등 방송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라 2003년 6월19일 △KBS-1, 2TV 분리 △MBC 민영화 △수신료 폐지 △신문방송 겸영 금지조항 철폐를 뼈대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고 제시했다.

채수현 "한나라당 방송장악 열망 5년 전부터 집요하게 진행"

이어 그 이듬해(2004년) 11월17일엔 한나라당 언론발전특위(위원장 정병국)가 '신문의 자유에 관한 법률' '언론분쟁 중재에 관한 법률' '국가기간방송에 관한 법률' 제·개정안을 발표했고, 집권 뒤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시중씨 임명을 강행한 것도 사례로 들었다.

채 실장은 현재까지 방통위를 통해 대기업에 지상파 보도·종합편성을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중이며, 신문법 개악과 신문고시 폐지, 신문방송 교차소유허용, 국가기간방송법 제정, 방송광고공사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음을 열거하고 촛불의 힘 뿐 아니라 법제화 투쟁도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프론트에서 즉석 발언을 한 다음 아고라의 '권태로운 창'(나명수)은 "공영방송에 누가 이익내라고 했느냐.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눈과 귀가 돼야 한다"며 "이윤추구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공익과 바람직한 사회를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이사회·노조, 계속 정연주 퇴진 종용하면 본격적 저항운동 직면할 것"

그는 "국민의 부도덕한 문제점에 대한 날카로운 창이 돼달라, 그리고 날 것을 그대로 알려달라"며 "이를 위해 내부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KBS 이사회와 노조가 계속 정연주 퇴진을 종용한다면 시민들은 본격적인 저항운동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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