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주 KBS 사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감사원이 오는 5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KBS 특별감사결과 보고서를 최종 의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4일 확인되면서 KBS 이사회의 7일 긴급이사회 개최와 맞물려 KBS 장악 시나리오 의혹이 현실로 다가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KBS 직능단체와 민주당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5일 의결될 감사원의 보고서엔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요구안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5일(화요일)로 'KBS감사결과 의결' 감사위원회 개최…통상 목요일 개최

감사원은 통상 매주 목요일에 개최되는 감사위원회를 화요일(5일)로 앞당겨 개최하고, KBS 특별감사 보고서도 의결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현재 KBS 감사결과가 의결에 포함돼있다"며 "내일(5일) 오전 9시30분∼10시께 위원회가 열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당일 끝날지, 연장될지는 모른다.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는 언론에 공개할지도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왜 화요일로 앞당겼느냐는 질문에 "관례적으로 목요일에 열었을 뿐 특별한 규정에 의한 것도 아니었고, 감사사항이 많으면 월요일이나 금요일에도 연다. 지난주 목요일에 감사사항이 많아 화요일에 개최하기로 한 것"이라면서도 '지난 목요일에 KBS 문제가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KBS 문제 때문에 5일에 개최되는 것도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정연주 사장 경영책임 물어 해임요구안 넣을 듯

감사원이 오는 5일 의결예정인 KBS 감사결과보고서엔 정 사장의 경영책임을 물어 해임요구안을 포함시킬 것이 유력시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해임요구안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보고서가 우리에게까지 오지 않아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감사원 감사위원회엔 감사원장의 공석으로 김종신 사무총장이 대행을 맡고 있고, 그밖의 내부위원으로는 하동복 박종구 위원이, 외부인사로는 이석형(판사 출신), 김용민 전 조달청장(지난해 청와대 경제비서관 역임)과 박성득 전 대구고검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감사위원회가 5일 개최되고, 오는 7일 KBS 이사회가 앞당겨 개최되는 것과 관련해 "오는 8일 올림픽 개막식 전에 KBS 장악을 마치겠다는 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라 두 기관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두 협회는 "감사원은 감독대상인 행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지켜야할 가치로 삼아야할 기관"이라며 "정권의 KBS 장악음모에 동원돼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것 자체를 치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감사원이 KBS 감사에 들어간 장면 ⓒKBS  
 
KBS 기자·PD협회 "감사원, 정권 KBS장악 음모에 동원돼 한 몸처럼 움직여" 비판

이에 따라 두 협회는 △왜 이렇게 KBS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서두르려 하는가 △감사위원회 일정을 화요일로 앞당긴 이유는 무엇인가 △정권의 시나리오에 감사원이 동원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공개질의했다.

이날 두 협회장은 감사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사무총장과 면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감사원 항의방문을 적극 검토중이다.

다음은 두 협회가 4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감사원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감사원이 오는 5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KBS에 대한 특별감사결과를 최종 의결한다. 지난 6월 11일에 감사가 시작됐으니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통상 감사시작에서 감사위원회 의결까지 넉 달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다. KBS 감사를 담당한 직원들조차 일정을 단축하라는 지시에 따라 며칠간 밤을 새워야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할 정도이다.

 더구나 감사원은 매주 목요일에 열던 감사위원회를 화요일인 5일에 열겠다고 밝혔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KBS 이사회 역시 오는 13일로 예정돼있던 임시이사회를 7일로 앞당겼다. 오는 8일 올림픽 개막식전에 KBS 장악을 마치겠다는 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라 두 기관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위이다.

 감사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행정부를 감시 감독하고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 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 그러기에 감독대상인 행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지켜야할 가치로 삼아야할 기관이다. 정권의 KBS 장악음모에 동원돼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것 자체를 치욕으로  받아들여야한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감사원에 공식적으로 묻는다.
 1. 왜 이렇게 KBS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서두르려 하는가?
 2. 감사위원회 일정을 화요일로 앞당긴 이유는 무엇인가?
 3. 정권의 시나리오에 감사원이 동원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차기 감사원장으로 내정된 김황식 전 대법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과 원칙에 충실한 감사원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감사원이 정치적 목적이 아닌 법과 원칙에 충실해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감사원과 감사위원들이 헌법기구로서 자존심을 지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감사원으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현명한 결단을 내릴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2008. 8. 4  KBS 기자협회, KBS 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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