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5일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프랑스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여기자 플로랑스 오브나(Florence Aubenas·42세)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프랑스 리베라시옹 홈페이지.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된 자사 여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와 관련한 특집 코너를 운영 중이다.
오브나 기자의 생존 소식은 지난 3월1일 이탈리아 위성채널인 스카이 이탈리아(Sky-Italia)를 통해 확인되었으며, 이는 오브나 기자가 이라크 현지 통역인 후세인 알 사디와 함께 납치된 지 정확히 55일만의 일이었다. 오브나 기자는 1986년 리베라시옹에 입사한 중견 기자로, 이라크, 르완다, 코소보, 알제리, 아프가니스탄 등의 취재를 도맡아온 국제문제 대기자(Grand Reporter)이다.

리베라시옹 여기자 3개월여 피랍 중

방송된 비디오 카세트 속의 오브나 기자는 극도로 초췌한 모습이었으며, 영어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플로랑스 오브나입니다. 나는 프랑스 기자이며, 리베라시옹지의 기자입니다. 내 건강은 지금 좋지 않습니다. 정신적으로도 그렇습니다…쥘리아 의원에게 특별히 부탁합니다. 제발 나를 도와 주세요. 급합니다. 도와주세요…."

카세트 속에 언급된 쥘리아 의원은 집권여당 소속 의원으로, 지난해 이라크인 무장단체에  피랍, 4개월 만의 억류 끝에 풀려났던 프랑스인 기자 둘을,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구출하려하다 그 시도가 실패해, 개인적인 영웅심에 협상 라인만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테이프 내용을 정밀분석팀에 의뢰, 진본 확인에 나섰으며, 오브나 기자의 발언 속에 '문제아'(?)인 디디에 쥘리아 의원이 왜 언급되었는가에 대한 배경을 파악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프랑스 정부 입장은, 외무부를 통한 공식적 루트에 주력, 일체의 개별 접촉은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편 플로랑스 오브나 기자의 석방을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도 그치지 않고 있다. 각 언론사에서는 오브나 기자와 관련한 기사를 꾸준히 내보내며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고, 포스터 배포, TV/라디오 광고, 사진전, 이라크 무장단체에 대한 항의 시위 등 각종 행사들이 지난 1월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에서 1000개의 팡파레를 동시에 울려 이라크에 있는 오브나 기자의 귀에까지 들리게 하겠다는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했다. 세르쥬 쥘리 리베라시옹 사장도 이라크를 직접 방문,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상황이 반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떠드는 것'

전세계 기자들의 인권수호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 '국경 없는 기자단'의 로베르 메나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외무부 관계자들은 항상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요. 조용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사관 사무국끼리 연락하는 게, 당신들이 하는 추측이나 소동보다는 훨씬 더 효율적일 겁니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떠들지 않으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90년대 말, 레바논에서 납치된 바 있던 장 뽈 꼬프만 기자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리 많이 떠들어도 지나치지 않아요. 내 케이스를 가지고 그렇게 떠들어 대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납치범들도 그걸 알았고, 나에게 신경을 써 주었죠. 나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게 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귀국해서도 그 사실이 내게 도움이 되더군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기자들의 납치, 그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잊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에 대해 떠드는 것이다.

성욱제 / 파리2대학 언론연구소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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