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융합(融合)’이라고 번역되고 있는 ‘컨버전스’라는 어휘는 본래 광학 부분에서 나온 용어로 17세기 과학자 케플러가 볼록렌즈(convex lens)를 통해 광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현상(수렴)을 설명하면서 최초로 개념화됐다.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해서는 1973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산업과 정보산업 간의 벽이 곧 무너질 것이며 공공정책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특히 디지털 컨버전스 개념은 1979년 MIT의 네그로폰테 교수가 ‘디지털기술과 컴퓨터 산업의 발달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산업이 일정 수준까지 함께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컨버전스 개념은 1992년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내놓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현재의 경제섹터들간 기술적·규제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와 일본에서 컨버전스가 ‘융합’이라고 번역되고 있으나 융합에 대한 사전적인 번역은 ‘fusion’으로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쳐지는 화학적 결합’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융합 모델은 컨버전스 현상 속에서 가능한 하나의 가능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며, 컨버전스 자체는 ‘통합’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즉 컨버전스란 방송과 통신 영역이 각각의 속성은 유지한 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호적응 과정이며, 이들 중 새로운 승자가 분명히 될 때까지 경쟁하거나 혹은 서로에 대한 위협적 경쟁없이 각자 존속할만한 틈새를 개발할 때까지 이 같은 적응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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