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대사(중앙일보 전 회장)는 지난 15일 조선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주미대사직 수행 이후, 발행인으로 돌아오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대사의 이 같은 언급은 유엔사무총장 자리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 것임과 동시에 만약 그 같은 계획이 무산된다 해도 중앙일보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언론계에서는 그동안 홍 회장의 주미대사 임명을 '정치계 입문'으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가 지난15일 오전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임명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사무총장 꿈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연합뉴스/강한구 기자
홍 대사는 또 인터뷰에서 대사직을 수락하기 전에 평소 친분이 있던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사주인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과 중앙일보 간부들, 매형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의견을 들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홍 대사는 이건희 회장의 '암묵적 동의' 외에 다른 이들은 자신의 공직 진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내 염원은 바깥 자리로 연결…발행인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

이러한 인터뷰 내용은 조선일보 18일자 지면에 <"신문사 돌아오더라도 발행인은 안맡아"> 제하의 기사로 공개됐다. 

홍 대사는 인터뷰에서 "신문사 사주가 대통령의 명을 받는 정부 자리로 옮겼다가 다시 되돌아올 신문에 대해 독자들은 과연 독립성을 인정하겠는가"라는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내 염원은 바깥자리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비록 그렇지만 과도한 집착은 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2년 몇 개월든 3년이든 임무를 다하고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돌아온다고 어떤 자리로 올지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아마 발행인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 조선일보 2월18일자 10면.
또 홍 대사는 "홍 회장이 주미대사로 재정됐을 때 중앙일보의 논설주간은 '그런 큰 경험을 갖고 다시 발행인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염원(유엔사무총장)을 갖고 있지만 다시 돌아온다는 심정으로 떠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 대사의 이 같은 언급은 주미대사 이후에도 중앙일보에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중앙 간부들은 주미대사 강력히 만류, 이건희 회장은 '암묵적 동의'

홍 대사는 주미대사 자리를 수락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주미대사란 자리를 생각한 적도 없고, 하게 될 것이라는 꿈도 꾼 적이 없다"면서 주변 인사들이 만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홍 회장은 "권하는 쪽과 만류하는 쪽 어느 쪽이 많았나"라는 질문에 "WP 사주 그레이엄이 '심사숙고'를 당부했었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중앙일보 간부들도 "내게 듣기 좋게 '발행인 자리를 누가 대신 하겠느냐'는 표현을 썼지만 중앙일보에 밀려올지 모를 파장이나, 권력과 언론 간의 적절한 거리 등에 대한 우려를 비쳤다"는 말도 했다. 사실 중앙일보 내부에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할 정도로 홍 대사의 주미대사 부임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도 있다.

홍 대사는 이어 "매형인 이건희 삼성회장은 뭐라고 했는가"라는 질문에 "내 누님(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과 함께 이건희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원래 말씀이 많은 분이 아니라서 내가 설명을 하자 별 말씀이 없이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내 결정을 존중한다는 쪽이 아니었나 싶다"고 답변했다.

홍 대사는 "미국 내 인맥 구축을 위해 삼성그룹을 동원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활용될 수 있겠지만, 그걸 떠나 내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세속적으로 많이 이룬 사람으로 분류될 것…마음의 깨달음도 염두"

지난해 10월 이해찬 총리가 "조선-동아는 더 이상 까불지 말라"고 비판하고 중앙은 "역사의 흐름에서 중심을 잡는 것 같다"는 발언이 홍 대사의 기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홍 회장은, "전혀 별개의 사건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이 총리의 발언으로 중앙일보가 많은 피해를 봤다"고 응수했다.

홍 대사는 개정 신문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부끄러운 법이 통과됐다고 본다. 내가 신문협회회장을 맡아 발전된 나라의 신문방송 환경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나라다운 나라에서 저런 법이 있는 데는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홍 대사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관'을 이렇게 밝혔다. "젊은 나이에 신문사 발행인도 하고 사주 소리도 듣고 어디 가도 대접받고. 남이 볼 때는 내가 세속적으로 많이 이룬 사람으로 분류될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출세간(出世間)의 목표에 대해, 작게나마 마음의 깨달음이라고 할까, 그런 것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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