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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차기 사장 선임문제가 방송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사장후보를 공모를 통해 접수하는 MBC 차기 사장 선임문제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사내외 여러 인사들이 후보로 거명되기 시작하면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사장후보군으로 분류돼왔던 인사들 외에 새로운 인물들이 급부상하면서 MBC 내부에서도 찬반의견이 엇갈리는 등 오는 25일 주총을 앞두고 MBC가 다시 방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최문순 부장

현재 MBC 차기 사장과 관련해 사내외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된 인물은 <시사매거진 2580> 최문순 부장이다. 산별노조로 출범한 초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낸 최 부장은 개혁적 성향과 함께 MBC내 젊은 기자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MBC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내 젊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면서 "최 부장이 급부상하는 것은 이 같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문순 부장이 차기 사장후보로 공식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4일 오전 임원회의 직후부터다. 다른 관계자는 "임원회의에서 한 임원이 최 부장의 이름을 언급한 이후 사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부장의 등장은 MBC 내부에서 뜨거운 찬반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MBC개혁에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지나친 파격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 부장이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 인사는 "이긍희 사장의 경우 다양한 보직의 임원을 지낼 정도로 가장 MBC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지금의 MBC가 되지 않았냐"며 "지금의 MBC는 파격적 인사를 통해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인사는 "개혁적이라고는 하지만 임원을 한번도 지낸 경력이 없는 최 부장이 갑자기 사장후보로 떠오르니 솔직히 매우 곤혹스럽다"면서 "적어도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경우 현재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으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직선제로 가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양한 후보들 자천 타천 거론되지만 아직 유동적 

현재 MBC 사장 후보로는 자천 타천으로 여러 명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현재 특임이사를 맡고 있으면서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고 있는 엄기영 이사도 유력 후보 중의 한 명이다. 지난 14일 엄기영 이사가 사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다는 소문이 한때 MBC내에서 나돌았으나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 이사의 한 측근은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엄 이사가 사퇴한다는 설이 한때 나돌아 진위파악에 나섰으나 엄 이사는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본인에게도 확인한 내용이고 조만간 추천 절차에도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BS 고석만 사장도 거론된다. 고 사장은 EBS 사장직을 맡고 있는 데다, EBS 내부기류 또한 MBC 사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장벽'이 있지만 사장 후보로 계속 거명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MBC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들도 차기 사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용철 MBC 부사장을 비롯해 구본홍 보도본부장, 김강정 목포MBC사장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오는 16일 공모를 마감할 예정인 MBC 차기 사장은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데다, 노조의 입장과 방문진 이사들의 움직임 등 여러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MBC노조, 현 임원진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

이런 상황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최승호·이하 MBC노조)가 14일 밤 발표한 성명서는 차기 사장구도에 여러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 임원진이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MBC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공영방송 MBC를 개혁해내기 위해서는 구시대적 리더십이 아닌 민주적 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결재하고 지시하면 그 뿐인 과거의 리더십으로서는 자율성이 강한 하부문화를 지닌 MBC를 개혁하기보다 잡음만 만들어내고 경영진과 구성원이 서로 불평만 해대는 상황을 낳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장의 연임 포기 결정 이후 오히려 더 힘을 얻어 차기 사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현 임원들의 행태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와 같은 엄중한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들이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얼굴을 들고 사장 선임 경쟁에 나서겠다는 것인가. 위기에 빠져가는 MBC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구성원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이들이 개혁을 위한 구성원의 신뢰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이어 "방문진에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정치적으로 독립된 선임 절차를 다시 한번 요구한다"면서 "철저한 검증과정과 이사들 간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광범위한 공감 하에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선임하고 선임과정과 사유를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그 과정을 통해 주총결과가 MBC 구성원의 신뢰를 받을 때 개혁을 향한 에너지 결집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BC 차기 사장은 오는 21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내정되며 25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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