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 전 브레이크뉴스 편집국장이 미디어오늘 온라인과 오프라인 2일자에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가 기고한 <'연예인 X파일' 언론보도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 글을 보내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다양한 기고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책임 은폐와 보복에 나선 포털 사이트

연예인X파일 사건이 연예인들이 제일기획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면서 일단락되고 있다. 제일기획의 민형사상 책임문제는 이제 법적인 판단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논점 하나가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있다. 명예훼손 파일 링크와 내용을 방치하여, 전 네티즌들이 파일의 존재를 알도록 한 포털 사이트의 책임이 거론되지 않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는 현재까지, 포털의 법적 책임을 묻는 글을 가장 노출도가 낮은 곳에 배치시키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와 이문원씨의 글과 필자의 글 등은 이를 받아준 매체에 실리더라도, 포털에서 사실 차단하기 때문에 포털 책임론이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포털 책임론을 받아준 언론사라 하더라도, 자체의 보도 조직으로 포털에 관한 기사를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방송을 제외한, 인터넷 및 종이신문 등 모든 매체가 포털과 사업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포털의 편집진은 현재 구 언론의 악습을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글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을 비판한 언론매체에 대해 사실상의 보복기사도 남용하고 있다. 실례로 포털과 CBS노컷뉴스를 비판한 KBS <시사투나잇>에 대해서 노컷뉴스 측은 <KBS 시사투나잇 미발추 보도 관련 의혹>이라는 보도를 했다. 단지 미발추 해당 인원이 7000명인 것을 700명으로 잘못 읽은 것에 불과한 실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무의미한 기사를 네이버에서는 메인에 띄워놓은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CBS 노컷뉴스 측이 <시사투나잇> 방송 이후 느닷없이 KBS를 집중 비판하고 있고, 기사 작성자가 연예인 X파일 관련 보도를 포털에 첫 공급하고, 줄기차게 특종을 올린 김대오 기자와 곽인숙 기자라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또한, 과연 7000명을 700명으로 잘못 읽은 것을 지적한 기사가, 하루 8000여개의 기사가 공급되는 네이버 메인이 갈 만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할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중에라도 네이버 측에서 공개적으로 해명을 해주기 바란다.

포털을 비판하는 언론은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포털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모두 막혔다. 그 정도로  포털의 여론장악 권력은 막강하다. 이는 자유로운 소통을 전제로 한 언론개혁의 관점에서 보면 X파일 유포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조중동이 잘못했을 경우 조중동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타 매체에서 비판을 한다. 그러나 포털이 잘못하면, 조중동을 포함한 모든 언론이 입을 다문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언론 상황이란 말인가?

현실이 이런데도 언론개혁의 깃발을 들고 있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에서는 느닷없이 포털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이름으로 실린 미디어오늘의 기고글 <'연예인 X파일' 언론보도의 문제점>(온라인과 오프라인신문 2월2일자)의 내용 중 일부이다.

"사건초기 조사를 의뢰하고 진행했던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 설문에 응했던 기자들의 윤리문제 등은 어디로 가고 이후 선정적인 편집과 네티즌의 리플을 방치함으로써 파일 확산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포털사이트와 네티즌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일 뿐 아니라 잘못된 대안제시로 나가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접속수를 높이기 위해 선정성 경쟁을 벌였던 포털사이트와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파일유포와 리플달기의 문제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 부분으로만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민언련 측은 브레이크뉴스의 문화부 기자의 질의에 대해 김은주 협동사무처장이 글을 작성한 것으로 밝혔다.

그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필자가 포털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다면 김은주 사무처장은 포털 책임론에 반대하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은 그의 권리이다. 그러나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서로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공통된 팩트에 근거하여 글을 써야지 상호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그는 포털의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라 지적한다.

"물론 접속수를 높이기 위해 선정성 경쟁을 벌였던 포털사이트와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파일유포와 리플달기의 문제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 부분으로만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X파일이 유포된지 한달 가량이 지나도록, 민언련이 모니터하고 있는 국내 일간지 중 포털을 비판한 칼럼은 딱 두 편이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연예인X파일 방치한 포털 사이트>와 필자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포털 책임론 막는 포털>이 전부였다. 10대 일간지 모두를 합쳐 단 두 명의 필자의 두 편의 칼럼만 수용해준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이 부분으로만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는가? 더구나 이는 외부 칼럼이었을 뿐이지, 그 어떤 언론도 자체적으로 포털을 취재하지 않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필자와 문화평론가 이문원 등이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앙일보는 필자의 글을, 동아일보는 자체 기자의 포털 비판글을 데스크에서 차단당한 사실을 밝혔다.

민언련 김은주 협동사무처장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

김은주 사무처장은 김지룡씨의 글에 대해서 제일기획과 기자들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종이신문들이 이들의 책임을 막기 위해 논점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은주 사무처장은 그럼 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포털 책임론을 거론하는 글을 데스크에서 막았는지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언련은 <연예인 X파일 사건으로 돌아본 연예인 관련보도와 인권침해>라는 제주로 16일 서울 충정로 한백교회 1층에서 토론회를 연다. 김은주 사무처장은 주요 발제자이기도 하다. 이번 토론회는 X파일 관련된 첫 토론회라는 점에서 모든 논의들이 자유롭게 토론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최측인 민언련의 주요 발제자가, 포털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한다면, 어떻게 그 자리에서 포털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그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여하여 김은주 사무처장에 공개적으로 질의를 할 것이다.

첫째, 필자를 포함하여 포털을 비판하고 있는 논객 및 미디어 전문가들이 몇 명이나 있는 줄 아는가?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다섯 명도 되지 않는다. 이들이 외부 칼럼을 통해 한번씩 비판한 것이 그토록 문제가 되는가?

둘째, 10대 일간지를 비롯하여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80여개를 언론사 중 포털을 비판한 언론사가 몇 개나 되는가? 모든 것을 포털 책임으로 돌려 제일기획과 10명의 연예기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언론사가 어디인지 밝혀주기 바란다. 필자가 조사한 결과 아직까지 자체 취재를 통해 포털의 책임을 거론한 언론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셋째, 이런 상황에서 언론개혁을 이끌고 있는 민언련이라면, 포털 책임론을 철저히 차단하고 보복기사까지 감행하는 포털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옳은가, 극소수가 힘겹게 제기하고 있는 포털 책임론을 비판하는 게 옳은가?

넷째, 김은주 사무처장의 글 중 "언론의 보다 명확한 윤리의식과 책임의식, 거대자본에 대한 비판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포털은 전혀 해당이 안 되는가? 유사언론행위를 통해 장사를 하며 언론권력을 누리고 있는 포털에게는 명확한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 필요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미 코스닥 등록기업으로 성장한 포털은 거대자본이 아니란 말인가? 포털을 비판하는 것은 거대자본에 대한 비판의식이 아니란 말인가?

다섯째, 이미 검찰로 넘어간 사건에 대해 끝까지 비판을 하여 법정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아니면 명백히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는커녕 모든 비판을 차단하는 포털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이 언론인의 역할인가?

여섯째, 이 글은 포털 사이트 뉴스서비스 페이지에 어디에 배치될 것 같은가?

16일 진지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변희재 / 전 브레이크뉴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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