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참여 무기한 연기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11일자 조간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인식이 변화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 조선일보 2월11일자
조선일보는 <북, 다시 벼랑에서 핵을 굴리려는가>라는 사설에서 "북한은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며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공언하고 6자회담을 무기한 거부하고 나섬으로써 북핵 위기는 다시 고비를 맞게 됐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미국의 대북인식이 유연하게 변했다는 입장이다. 체제붕괴나 무력 동원이 아닌 외교적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일 국정연설에서 북한정권에 대한 비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북핵 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할 뜻임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조선·동아·세계, "부시 대통령 북한 비난 자제" 

   
▲ 동아일보 2월11일자
동아일보도 <북 '핵보유 대화거부' 최악의 선택이다>라는 사설에서 "미국의 부시 2기 행정부가 '북한과 공존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책화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난 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 이후 전 세계가 내린 결론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절제했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북 '핵보유 선언' 파장 확대 우려한다>는 사설에서 "북은 '부시 2기 행정부는 대통령 취임연설과 연두교서 등을 통해 우리와는 절대 공존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책화했다'며 6자회담 무기한 불참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설득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정 연설을 통해 유연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했고 외교적 방법으로 북 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미국의 대북 인식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향신문·한국일보  "미국 정부의 북한 인식 변화 없어"

   
▲ 경향신문 2월11일자
경향신문은 <무모한 북한의 핵보유 선언>는 사설을 통해 "북한은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가 기대했던 것만큼 대북정책 전환을 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던 것 같다. 그런 실망은 일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폭정의 전초기지' '폭정종식'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정부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관해 단 한마디만 할애한 것도 반드시 북한을 위해 좋은 신호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북한 핵보유 선언의 위험성>이라는 사설에서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미국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시 정부는 2기에 들어와서도 폭정종식을 내걸고, 근거가 모호한 북한의 우라늄 물질 수출설을 흘려 북한을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대북 인식에 대해서는 조간신문들의 시각에 차이가 있었지만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인식에는 차이가 없었다. 일부 언론들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우리 정부의 대북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과의 공조 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 정부 대북 인식 비판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북한 외무성의 발표로 2005년 2월 10일 이전과 이후의 북핵문제는 완전히 성격이 달라졌다. 심지어 한국 정부 내에도 의문을 표시하는 인사들이 있었다"면서 "북핵에 대한 논란은 이제 부질없는 싸움이 됐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니 핵무기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상황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이 더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의 선언이 있기 직전까지도 6자회담 재개를 낙관하고 있던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의 생각을 제대로 짚기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와 세계일보 등은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중앙일보 2월11일자
중앙일보는 <북, 또다시 벼랑끝 전술인가>라는 사설에서 "정부도 기존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면 북한이 우리 의도대로 나올 것'이라는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미국과의 공조에서도 한 점의 허점이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을 통해 "북한의 이 같은 태도 표변에는 북핵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도 일말의 책임이 없지 않다"며 "북핵 문제만은 민족 내부 문제 또는 민족 공조 운운하는 비현실적 접근이 아니라 미국과의 공조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는 방식을 재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행보, 한국·미국의 강경파 입지만 강화

북한의 이번 발표를 놓고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벼랑 끝 전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2003년 베이징 6자 회담장 주변에서 핵보유 사실을 슬쩍 흘렸던 북한은 끝내 벼랑끝 전술을 선택한 셈이지만, 무엇보다 북한 자신과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국민일보 2월11일자
국민일보는 <북측 핵무기 제조·보유 선언의 충격>이라는 사설에서 "북측의 전략이 '협상력 강화'를 넘어 '핵 압박'에 이르렀다면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나친 낙관론에 근거해서 사태를 되레 악화시킨 격이 되고 말았다. 동시에 북한측에 의해 철저히 기만당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근본적으로 이는 북한체제의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자해적 모험"이라며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공언해버리면 상대편에서도 강경론이 득세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6자회담 동참해야 사태 해결

   
▲ 서울신문 2월11일자
서울신문은 <북, 핵무기로 뭘 얻겠다는 건가>는 사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결단이다. 핵개발 포기를 통해 얻을 이득이 훨씬 더 크다는 단순명료한 논리를 왜 외면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라며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문제라면 그 또한 회담장에 나와서 제기하고 풀어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김정일 체제 보장은 핵 포기뿐"이라며 "북한은 그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즉각 6자회담에 복귀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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