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위차원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6자회담의 명분과 조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인정될 때까지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혀 정부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북한은 10일 외무성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6자회담을 원했지만 회담참가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관영 중앙통신을 인용보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부쉬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고립압살정책에 맞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단호히 탈퇴하였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2기 부쉬정부 대조선고립정책 심화…6자회담 참가 무기 중단"

외무성은 2기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폭압정치의 종식'을 최종목표로 선포하고 우리나라도 '폭압정치의 전초기지'로 규정하였으며 필요하면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폭언하였다"며 "결국 2기 부쉬행정부의 본심은 1기 때의 대조선고립압살정책을 그대로 답습할뿐더러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무성은 이어 "미국은 이처럼 우리의 '제도전복'을 목표로 한 새로운 리념대결을 선포하고도 다른 한편으로는 핵문제의 '평화적이며 외교적인 해결책'과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념불처럼 외우면서 세계여론을 기만하려 들고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강도적인 억지론리이며 모략과 기만의 명수로서의 미국의 기질과 뻔뻔스러운 량면적립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단"이라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또한) 미국이 핵문제해결의 근본장애인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외면하고 우리를 적대시하다 못해 '폭압정권'이라고 하면서 전면부정에 나선 조건에서 미국과 회담할 명분조차 사라졌으므로 우리는 더는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며 "회담상대를 부정하면서 회담에 나오라는 말이 모순적이고 리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지 않은가. 회담상대를 무시해도 분수가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우리를 '폭압정권'이라고 부정해 회담참가 명분 없애"

   
▲ 북한이 10일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과 핵무기 제조, 보유를 공식적으로 밝혀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6월 2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3차 6자회담에 앞서 미국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왼쪽부터), 한국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 중국 왕이 외교부 부부장,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 일본 야부나카 미토지 일본 외무성 대양주국장, 러시아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 등 수석대표들이 개막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에 대해서도 외무성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며 "이미 다 해결된 '랍치문제'를 걸고 가짜 유골문제까지 조작하면서 조일평양선언을 백지화하고 국교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일본과 어떻게 한자리에 마주 앉아 회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정동영 NSC상임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외무성 성명의 진의를 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북한의 6자회담 참가와 회담의 조기재개를 위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이규형 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30분 공식브리핑에서 '6자회담의 분위기 조성이 안됐다'는 내용에 대해 "북한은 조건없이 회담에 참가해야 한다고 본다"며 "회담 참가국과 의견차이가 있으면 회담석상에 나와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교부 "회담 참가국과 이견있으면 나와서 논의해야"

이 대변인은 북의 핵무기 보유선언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거론한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기본입장을 천명한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동의한 바 있는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 언급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이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핵개발을 공언해온 데 대해 정부는 이미 북한 핵무기를 포함한 핵능력에 관해 정밀한 추정과 판단을 해왔다"며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미국 등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보유 언급은 유감…이미 2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

이 대변인은 6자회담 대책과 관련해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위해 관련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며 특히 6자회담 조기재개와 성과있는 회담운영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1∼2기의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이 대변인이 브리핑을 마친 뒤 "강조할 것은 북한 외무성의 발표 내용을 봐서 알겠지만 핵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으로 돼있어 핵무기고를 보유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이날 성명은) 지난 2년간 줄곧 주장해온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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