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다큐멘터리 세 부문을 삭제하라”고 조건부 상영 결정을 내려 해당 장면이 무지 처리돼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전문지 ‘씨네21’이 이에 항의하는 온라인 특집을 마련했다.

   
▲ 그때 그사람들에 대한 법원 결정에 항의 표시로 씨네21이 온라인을 통해 마련한 긴급특집
씨네21은 홈페이지(www.cine21.com)를 통해 지난 2일 <[긴급특집] <그때 그사람들>가위질에항의한다>는 코너를 개설, 삭제과정과 영화에 대한 정보, 독자들의 글 등을 모아놓고 있다.

씨네21은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장례식 모습 등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삽입돼 관객들에게 영화가 실제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씨네21은 이 삭제 결정에 대해 반대하며 이번 특집을 마련했다”며 개설취지를 밝히고 “네티즌 여러분들도 덧글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한국 영화 관객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이번 결정에 대한 의견을 아래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이 코너에는 ‘장면 삭제 관련 기사’ ‘<그때 그사람들>은 어떤 영화’ ‘네티즌 글 모음’ 등을 링크해 놓고 있으며 덧글을 통해 독자들의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남동철 씨네21 편집장은 “오프라인을 위해 따로 만든 것은 아니고 설날 합본호를 미리 발행했는데 한주동안 책이 나오지 않아서 온라인으로라도 이슈화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설날 지난 후 오프라인에는 임상수 감독과 깊이 얘기하는 기획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 편집장은 또 자신의 블로그(blog.cine21.com/_editor)에 <헌법이 만만한 홍어 거시기인가?>라는 글을 올려 “<그때 그사람들>의 세 장면을 삭제하라는 법원 결정은 정확히 헌법재판소가 금지한 사전심의 그대로다”라며 “그들은 마치 솔로몬왕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남 편집장은 아울러 “그들은 누구도 그들에게 위임한 적 없는 권리를 행사했다. 그럼으로써 법원 판단대로 영화에 가위질을 하는 게 원천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며 “2005년 1월31일, <그때 그사람들>에 대한 법원 판결은 우리 역사를 9년 후퇴시켰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은 남 편집장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의 전문.

헌법이 만만한 홍어 거시기인가?

<그때 그사람들>을 개봉하려면 세 장면을 삭제하라! 이게 무슨 낮도깨비같은 소리인가? 법원이 영화의 특정 장면을 자르라고 명령할 수 있다니, 금치산자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

지금으로부터 9년전 그러니까 1996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사전심의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에 미리 보고 상영 여부를 결정하거나 특정 장면을 삭제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판결이다. <그때 그사람들>의 세 장면을 삭제하라는 법원 결정은 정확히 헌법재판소가 금지한 사전심의 그대로다. 혹시 9년전에 한 판결이라 까먹은 것인가? 아니면 담당 판사는 헌법을 만만한 홍어 거시기라고 생각한 것인가? (관습헌법에 따라 수도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헌법을 우롱한 전례가 있다보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다)

헌법을 걸레 취급하는 사람들이 판사 노릇을 하고 있다. 그들은 법관이 되기엔 너무 머리가 나쁜 자들이거나 법을 지킬 용기가 없는 비겁한 인간들이다. 최악은 그런 자들이 법을 남용하는 경우인데 이번 판결이 딱 그렇다.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그들은 받아들이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하라고 세금으로 월급주고 판사시키는 거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솔로몬왕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다큐멘터리는 삭제하라, 다카키 마사오라는 말은 빼라, 이런 건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가 당신들 보고 사전심의를 하라고 했는가? 누가 당신들에게 가위질할 권한을 주었는가? 판결문은 <그때 그사람들>의 경우, 상영금지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걸로 돼있다. 그럼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누구도 그들에게 위임한 적 없는 권리를 행사했다. 그럼으로써 법원 판단대로 영화에 가위질을 하는 게 원천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2005년 1월31일, <그때 그사람들>에 대한 법원 판결은 우리 역사를 9년 후퇴시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