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6자회담 성사와 관련,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중국 고위관리의 북한 방문 예정을 언급한 데 대해 공보관실과 기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보도할지를 둘러싸고 해프닝이 발생하는 등 6자회담 관련 취재가 혼선을 빚었다. 

   
▲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4일 통일부 집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근의 다보스포럼 참석과 이라크 자이툰부대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옥현 기자
정 장관은 4일 오전 통일부 출입기자를 상대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이 6자회담 개최 신호를 보냈는데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는 14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는다. (또한) 구정이 끝나면 중국의 고위간부가 평양에 특사로 간다"고 밝혔다.

이후 통일부 김홍재 공보관은 정 장관의 '중국 간부의 평양 방문' 언급에 대해 아직 북한과 중국이 공식 발표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해당 간부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설 이후에 중국 고위인사 북한 방문"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기자단은 이를 수용했다.

정동영 장관 "한미 외무 14일 회담…중국 간부, 구정 뒤 평양특사"

이와 함께 반기문 장관과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 예정 언급도 외교통상부 측의 '보도자제 요청'으로 혼선을 빚었다. 

외교통상부 공보관은 정 장관의 기자간담회 직후 연합뉴스 등을 통해 반 장관과 라이스 장관의 회담 일자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통일부 김 공보관에게 "한미간 협의 중인 사항이고 날짜도 발표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보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한미회담 사실의 보도자제를 요청했다.

이어 김 공보관은 통일부 기자단에 이와 같은 요청이 들어왔으니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기자가 "이미 오전 10시47분쯤 연합뉴스에 외교부 출입기자가 쓴 기사에 반기문 장관과 라이스 장관이 2월14일 회담을 열 예정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외교부 "한미 외무회담은 아직 미확정" 통일부 기자단에 보도자제 요청
통일부 기자단 "이미 연합뉴스 외교부 출입기자가 보도"…수용 안해 

이에 따라 김 공보관은 외교부 공보관에 이같은 사정을 설명해 외교부의 보도자제 요청은 없던 일로 결론이 났다. 반 장관과 라이스 장관의 회담 소식을 둘러싼 외교부 공보관-통일부 공보관-통일부 출입기자단 사이의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기자들은 "6자회담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든 외교부든 누가 발표하면 어떠냐"며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정부 부처가 마치 영역 다툼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 "참여국 모두 6자회담 개최를 원하는 것이기에 시간을 아껴쓸 필요가 있다"며 "이미 상대방의 입장은 양측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뭘 줄 수 있고, 뭘 받을 수 있나 알기에 이제는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때"라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 초청' 보도에 정 장관 "그런 말 안 했다"

정 장관은 이어 "그들(북한)은 공격이나 침공을 당하지 않고 체제안전과 경제회생 발전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받고 핵에 대한 계획을 내놓는 것인데, 어제(3일) 부시 대통령도 아시아 국가 협력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기대했고 접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정 장관은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 특히 협상의 기술적 측면에서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올해 먹는 문제 해결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농업 증산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했다. 우리는 협력 용의가 있다고 베를린에서 천명했다.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면 식량 비료 농기구 등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 장관은 "거두절미하고 본질과 다른 보도를 한 것"이라며 "연설 중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다. 정부의 의지와 목표를 밝혔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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