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길기자 photoeye@
양궁을 담당하고 있던 2001년이었다. 장애인복지진흥회 홍보 담당자가 “아태 장애인 양궁 대회가 있다”며 양궁 담당 기자를 찾았다.

장애인 스포츠 기사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가 쓰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과 스포츠의 접목이라는 부분에서 색다른 기사를 쓰고 싶은 불순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스포츠에서 ‘장애’를 강조하는 것은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성진혁 기자가 장애인 체육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명목은 ‘24회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 유공자지만, 성 기자의 ‘공’은 사실 다른 데에도 있다.

2001년 아태 장애인 양궁 선수권 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장애인 올림픽, 2004년 전국 장애인 동·하계체전은 물론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등 각종 장애인 체육대회를 4년 동안 취재해왔다는 대목에서 성 기자의 ‘공’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성 기자는 이번 수상의 영광을 ‘조선일보’로 돌린다. “다른 매체의 기자들도 장애인 스포츠에 대해 열심히 취재를 했고, 보도를 했지만 내가 속한 매체가 영향력이 크다보니, 그 덕을 본 것 같다”는 것이다.

“장애인 스포츠 기사를 ‘스포츠’면에 게재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나의 기사 가치 판단을 믿어준 스포츠레저부의 데스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성 기자는 “아테네 패럴림픽을 취재하면서 언론계 내에서도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는 부족하고, 사회적인 편견의 벽도 두텁다. 성 기자는 “장애인 선수들이 연습을 하러 체육관에 가면, 아직도 일반인들이 껄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올라가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생활하고 운동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운동할 수 있는 장애인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성 기자는 ‘장애’와 경제적 빈곤을 앞세워 ‘앵벌이 기사’를 쓰는 일부 언론을 향해 ‘천박한 저널리즘’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장애를 갖게 된 과정과, 그 이후 겪어야 했던 아픈 과정들을 무책임할 정도로 잔인하게 들춰내는 언론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아니라 ‘스포츠’를, 그리고 장애인이 운동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고 싶었다”는 성 기자는 “일회성이 아니라 조금씩 꾸준히 장애인 스포츠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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