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입법을 하는 것이 책무이다. 그리고 언론이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법안이 민의를 반영하고 있는지 국민을 대신해 감시하는 것은 의무다. 지난 2004년 국민들은 개혁입법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언론개혁 입법, 과거사 청산 등을 4대 개혁과제로 천명하는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기국회에서 임시국회 그리고 연말로 시간이 긴박하게 흐르면서 방송은 정치권의 정쟁을 중심으로 보도해 현 시점에서의 법안의 적절성 등에 대한 진단은 애초부터 포기하고 있었다. 대다수 언론은 늦어지는 법안 처리로 경제 등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주문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1월1일 새벽까지 진행된 본회의에서는 이라크파병 연장 동의안, 2005년 예산안,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공무원노조법, 신문법, 언론피해구제법, 증권거래법, 종합부동산세법 기금관리법, 농어촌 특별법 개정안 등 19개의 법안이 처리됐다.

하지만 저녁 메인뉴스에서는 어느 법안 하나 제대로 짚어주지 못했다. 물론 당일이 신년으로 특집 기획물들이 있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한해 방송에서 쟁점으로 다뤘던 법안들이 어떤 내용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는지 설명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했지만 방송사들은 ‘신년 해맞이’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리고 이라크 파병 연장과 관련 어떠한 비판과 입장도 피력하지 않은 채 ‘통과’ 사실만 보도했다.

공무원노조의 설립과 단체협상권 일부를 허용한 공무원노조법, 소유지분 분산 등이 빠진 신문법, 경제특구내 외국인 개설 의료기관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기금의 수익률 제고 명목으로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허용한 기금관리법 개정,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높은 과세를 부과토록 한 종합부동산세법 등 지난 2004년 동안 크게 논란이 되어 왔던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되었는데도 방송은 어떠한 해설과 평가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극적으로 가결됐다” “새해를 넘겨 통과됐다”는 식의 시기만을 중시했고 이후 각 당들의 지도체제 변화에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는 법안 보도에 대해 방송뉴스의 치명적인 허점을 보인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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