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새해를 맞아 미디어오늘은 각 언론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오늘날 한국 언론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등을 들어보는 연속 대담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사별로 처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CEO의 솔직한 얘기를 그대로 싣습니다. 언론사 CEO 인터뷰의 첫 대담자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입니다.

   
▲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경품 근절위해 중앙·동아와 협의 할 것”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협의해 반드시 경품을 없애겠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인터뷰 첫 일성은 ‘경품 근절’이었다. 방 사장은 “조선과 중앙, 동아가 확실히 약속하면 경품은 없앨 수 있다”며 “신문사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경품은 꼭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방상훈 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조선일보 사장실에서 본지 이영태 편집국장과의 대담형식으로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방상훈 사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지난해 11월 전국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경품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경품 근절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아도 본사 간부들과 함께 시내 지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1월1일 새벽을 맞았다. 본사나 지국 모두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지국장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지국의 경품은 중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조선 중앙 동아 등 세 신문사가 확실히 약속해야 한다. ‘언론’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자전거’를 떠올려서야 되겠는가. 이것은 신문의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고, 장기적으로 신문이 살기 위해서도, 신문 산업을 위해 경품은 꼭 없애야 한다. 신문협회 차원이나 3사가 모여 논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앞장설 것이다.

언론법 문제도 있고 일부에서 우리를 몰아가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서 1월 초에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만나기로 날짜까지 잡았었다. 이 자리에서 언론법도 그렇고 경품 문제도 진지하게 얘기해 보자고 했는데, 홍 회장이 주미 대사로 내정되는 바람에 약속이 깨졌다. 하지만 아그레망이 도착하지 않았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 얘기를 진척시킬 것이다. 경품 문제와 관련해선 3사가 같이 호흡해야 한다.”

-3사간 모임에서 의견 접근이 어렵다면, 신문협회 이사로서 이사회에서 논의해 볼 생각은 없는가.

“신문협회 차원에서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여러 신문사들이 모여있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탓만 하고 손가락질만 한다. 신문협회 전체가 아니라 조중동 3사만 지키면 나머지도 다 지켜질 것이다. 다만, 3사 가운데 한 군데라도 빠져서는 안된다.”

-신문시장이 위기를 맞은 원인은 무엇이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신문시장의 위기는 우리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 국제적인 위기다. 하지만 시장의 위축보다 더 큰 문제는 신문이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경품을 근절해야 하는 것도 바로 신문의 신뢰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신문보다 우수한 정보전달 매개체는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기자들은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해서 기사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오늘(3일) 시무식에서도 이런 차원에서 ‘프리미엄 신문’을 얘기했다. 단순 사실의 전달은 이제는 안 된다.”

-독자로서, 그리고 조선일보의 CEO로서 조선일보 지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선일보가 ‘1등신문’인 것은 맞지만, 절대로 ‘일류신문’은 아니다. 사실 관계의 확인과 뉴스 분석 능력 등이 모두 부족하다. 외국의 일류 신문들과 비교해 볼 때 정보량이나 깊이 모두 부족하다.”

   
▲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기자들에 더 많이 보상해 줘야”

-신년사에서 제호만 가리면 어느 신문인지 모를 평범한 기사, 차별성 없는 기사, 인터넷에 다 뜬 뉴스, 대충 확인된 팩트 등을 지면에서 추방하겠다고 했는데, 차별화된 지면을 만들기 위해 가판 폐지도 한 방법이 되지 않겠나.

“가판은 콘텐츠와는 크게 연관돼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기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 문제다. 솔직히 기자는 3D 직업이다. 노동 강도를 줄여줘야 한다. 조선일보가 오늘(3일)부터 주5일 근무를 시작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교대제를 철저히 하고, 야간에 편집국에 사람이 남는 것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문기자는 월급만으로 보상해 줄 수 없다. 금전적으로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보상해 줘야 한다.”

   
▲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연말에 지급하지 못했던 성과급은 얼마나 줄 계획인지.

“연말성과급 지급의 원칙은 정했다. 바로 ‘하후상박’이다. 다행히 지난해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서 흑자가 조금 났다. 간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일선 기자들은 2003년과 비교했을 때 큰 영향을 안 받을 것이다.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정신은 살아있는데 콘텐츠를 포장하는 기술이 부족하고, 중앙은 동아에 비해 어떤 문제에 대시하는 힘은 떨어지지만 콘텐츠 포장은 잘 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당 부분 공감한다. 두 신문의 장점을 본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과거 역사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론으로 바로서기 위해서라도 과거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닌가.

“연말에 한 교수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10여명이 모여 회식을 하면서 조선일보의 일제 시대 자료 서비스가 많은 도움이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 나는 이러한 자료를 많이 확보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줘야 한다고 본다.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이 그 시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자료를 모두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제시대에 조선일보가 했던 일들 중에는 부족했던 일도 있고, 자랑스러운 일도 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모두 같이 공개하고 있다. 모든 정보를 접한 뒤에 평가를 하고, 그 뒤에 반성을 하든 해야 한다.

최근 일이야 이렇게 저렇게 말할 수 있지만, 50∼60년대 내가 겪지 않은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지면을 모두 찾아서 국민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만을 보고 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과거사 문제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기에겐 엄하되,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했으면 좋겠다.”

-과거의 조선일보는 이념의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한 필진들이 활동했는데, 지금은 보수일변도로 획일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조가 수구·보수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쪽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부인의 칼럼란에 ‘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을 단 것도, 조선일보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직접 제안한 것이다. 지금도 나는 조선일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산업화를 강조하다보니 그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비쳐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신문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고, 독자들이 판단할 여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그대로 지향하되, 그에 반대하는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목소리 담기위해 노력하겠다”

   

▲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조선일보는 정권의 교체에 따라 대북문제에 대한 논조가 달라져 왔다. 노태우 정권부터 김영삼 정권까지, 정치권력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논조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권력 눈치보기와 사주의 이익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편집권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닌가?

“사주의 이익 때문에 논조가 달라진다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이고, 특히 대북문제는 개인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게 아니다. 논조가 달라졌다는 것은 사주보다는 당시의 논설진들의 성향의 문제로 본다. 제일 위험한 것은 사주의 이익, 권력의 이익에 의해 지면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주의 이익은 당장 통제가 된다. 만일 사주에 의해 편집권 간섭이 이뤄진다면 하루아침에 사내에 얘기가 퍼져서 존경받지 못하는 CEO가 되어 도태될 것이며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내가 사장을 맡은 뒤 대북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한 가지 바뀐 것이 있다. 어느 날 한 스님을 만났는데, 조선일보가 북한을 도와주는 것에 인색하다고 하더라. 그 스님은 ‘조선일보는 지금의 북한 지도자가 물러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을 해방시키는 길이라고 하지만, 과연 30년 뒤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그때 굶고 배고팠던 생각을 하면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 뒤로 북한의 체제는 비판하더라도 식량이나 의약품 지원 등에 대해서는 절대 비판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니, 외부 역시 조선일보를 과거의 잣대에서 보지말고 오늘의 잣대를 갖고 봐 달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을 어떻게 보는지.

“이 문제를 제일 많이 고민한 것은 아마도 본인인 홍 회장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왕 들어간 것이니,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 잘 해 주기를 바란다.”

-참여정부와 조선일보와의 관계 설정은 어떤 상태라고 생각하며 어떤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솔직히 지금의 언론과 정부는 비정상적인 관계다. 언론과 권력 사이에는 당연히 어느 정도 긴장 관계가 있어야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비판 일변도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잘 하는 것은 잘 한다고 쓰라고 편집국에도 얘기했다.”

“순수한 의도 아니면 신문법 실패”

-이번에 통과된 신문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언론은 돈이 아니라 프라이드를 먹고사는데(그래서 경품도 근절돼야 하는 것이고), ABC 부수공사도 제대로 받지 않는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됐다는 것은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언론 시장이 문제가 있다면 언론계가 나서서 고치고, 정부는 기자들이 좀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독려해 주면 되는데, 이런 법안을 만들어 신문사들끼리 편을 가르고 특정 신문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표적 입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려다 실패한 것처럼, 이 법안도 순수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다.”

정리=안경숙 기자 ksan@
사진=이창길 기자 photoeye@

미디어오늘 언론사 CEO 대담 시리즈

1.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일등신문’보다 ‘일류신문’ 지향”
2경향신문 조용상 사장 “‘신문이 먼저 변해야 위기극복 가능 ”
3연합뉴스 장영섭 사장  “‘통신은 신문 방송 경쟁자 아니다. ”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