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우여곡절 끝에 언론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수십년동안 신문과 잡지 발행을 규정해왔던 정간법(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시대가 끝나고 신문법(신문등의자유와 기능보장에관한법률)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정간법과 방송법, 민법 등에 산재돼 있던 언론중재및 피해 구제에 관한 사항들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으로 통합돼 새롭게 선보였다. 

4대 입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막판에 언론관련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은 여러 가지로 시사적이다. 당초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초읽기에 몰린 여야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선심 쓰듯 통과시킨 것이 언론관련법이다.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됐느냐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려놓은 꼴이다. 이럴 바에는 그동안 그 난리법석을 왜 떨었느냐는 비판의 소리도 많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당초 신문법의 핵심 쟁점이었던 ‘소유지분 제한’을 포기했던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위헌 논란과 현실적인 적합성 문제를 그 명분으로 삼았지만 그것은 바로 한국 언론 현실의 핵심 과제를 외면한 것에 다름 아니다. 여론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도 무가지를 제외한 전체 일간지를 산정 기준으로 해 현실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 편집위원회나 편성규약 등 언론의 내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도 당초 여당안에서 대폭 후퇴한 것들이다.

그나마 시장지배적 사업자 개념을 도입하고 신문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공동배달을 위한 신문유통원의 설치는 여론 독과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신문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신문판매 및 배달시스템의 근대화를 이룰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신문사들이 매년 광고와 판매수입, 그리고 발행부수 등을 신고토록 한 것도 신문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신문판매 및 광고시장의 합리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신문발전위원회 및 신문발전기금의 설치와 인터넷신문의 법제화다. 여론의 다양성 보장과 신문산업의 진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발전기금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신문의 개혁과 신문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법적 기구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의 다양성 보장을 주된 임무로 하는 최초의 법적 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인터넷 언론의 법제화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법외 언론으로서 취재 및 보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인터넷언론들로서는 이제는 오프라인 언론들과 차별 없이 마음껏 언론의 역할을 펼쳐 나갈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도 무거워졌음을 인터넷 언론 경영진과 그 종사자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 등록 의무화 조항은 자칫 인터넷 공간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무수하게 다양한 언론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등록해야 하는 인터넷 언론사의 규정을 시행령에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구체화함으로써 인터넷 공간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언론 활동은 최대한 보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은 그동안 각종 언론관련법에 산재돼 있던 언론중재및 피해구제 체제를 통합해 체계화하고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한 신속한 중재 및 피해구제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일부 언론들은 중재위원회에 직권 시정 권고 권한을 부여한 것을 두고 국가기관에 의한 ‘사후검열의 제도화’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보도라면 바로잡아야 마땅하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비추어보더라도 그렇지만 기껏 ‘권고’ 정도의 권한을 갖고 사후검열의 제도화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지나친 억지다. 바로 이런 억지 때문이라도 언론중재기관은 더욱 언론에 엄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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