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을유년을 맞아 8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와 방송3사 최고경영자들이 지난 3일 발표한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생존경쟁’과 ‘경영위기’, ‘지속적 변화’, ‘내부개혁’등이 주요 의제로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과 방송을 막론하고 경기침체 속에 올드미디어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국민일보 노승숙 사장은 3일 신년사를 통해 “변화의 시대를 맞아 중장기발전위원회에서 만든 뉴스룸 제도를 주축으로 제2의 도약을 하자”며 “오는 2008년 창간 20주년에 ‘4강 신문’으로 가기 위해서 함께 전진하자”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3일자 사고를 통해 에디터제 도입, 산업부 신설, 사회부 확대 등 편집국 시스템을 개편했다.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은 “위헌적 요소를 담은 신문법의 제정과 발효는 우리 앞에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고 있으며 새로운 결심을 재촉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향상”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기사’와 ‘공정한 논평’이라는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이병규 사장은 “경쟁사들이 대폭적인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와중에서도 우리는 적자폭을 전년도의 73억원에서 20억원으로 약 53억원 줄였으며 새해 11억원 흑자라는 만만치 않은 목표를 세웠지만 경영구조 개선이라는 지상과제를 이뤄낸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신문 채수삼 사장은 “창간 10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광고매출 316억원을 달성함으로써 자신감과 가능성을 심어주었으나 여전히 영업흑자 원년의 목표 달성에는 부족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회사를 회생시켜 더 많은 성과가 돌아가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사광기 사장은 “2004년도 한국신문상과 이달의기자상 5회 수상이란 성과를 거둔 사원들에게 감사한다”며 “올해부터 우리 회사는 빚이 없는 유일한 신문, 남북통일과 국제적 감각에 앞장서는 신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품질이 담보된 ‘프리미엄 신문’을 만들기 위해 “제호만 가리면 어느 신문인지 모를 평범한 기사, 비슷비슷한 ‘범용(汎用) 저널리즘’의 잔재를 조선일보에서 완전히 몰아낼 것”이라며 인터넷에 다 뜬 뉴스, 대충 확인된 팩트는 과감하게 추방하고, 깊은 분석력의 고급 기사로 지면을 채우겠다고 다짐했다.

주미대사로 내정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지금까지 신문 제작의 권한을 편집간부들이 맡아왔던 것처럼, 앞으로 여러분들은 사주의 요구와 구미에 맞춰 신문을 만들던 시대가 지나갔음을 신문지면을 통해 증명해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제 자신은 비록 편집에는 관여하지 않으나 어느 때 어디에서든 중앙일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밝혀 둔다”고 밝혔다.

한겨레 고희범 사장은 최근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중견기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난 것에 대해 “이러한 과정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변화하는 데 피할 수 없는 파괴의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수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떠난 어둡고 찢겨진 분위기를 하루 빨리 수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본의와 다르게 빚어진 갈등과 상처를 봉합하고 치유하고, 그리고 희망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MBC SBS 등 방송3사 사장들도 지난해 광고매출액 감소와 급변하는 뉴미디어환경을 의식한 듯 생존하기 위한 변화와 내부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KBS 정연주 사장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며 결국 이 무서운 경쟁의 시대에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올 한 해 팀장회의의 정례화를 통해 팀제정착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하지만 “올해도 불확실한 경제사정으로 안정적 재원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수신료 자체에 대한 본질적 도전도 예상된다”고 언급하는 등 경기침체의 지속화에 대한 우려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BC 이긍희 사장은 “DMB나 인터넷망을 이용한 영상매체 등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과 방통 융합으로 지상파가 과거와는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비상경영’ 상황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사장은 “과감하게 그룹의 구조와 인사 시스템을 재편, MBC가 가진 시너지 효과와 조직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혀, 내부개혁에 치중할 것을 시사했다.

SBS 윤세영 회장은 “지난해 재허가 심사는 SBS가 언론사다운 언론사로 재도약 하는 새로운 발판이 됐으며 최근 SBS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회장도 “지난해 86.5%였던 평균판매율이 올해는 5∼1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광고시장이 더 열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별도의 CEO 신년사가 없었다.                      

신문·방송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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