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오늘(30일)로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12일 남은 가운데 조선일보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의 패배가 유력한 현 국면에서 대통령을 향한 보수진영의 답답함과 다급함을 드러낸 대목으로 읽힌다. 조선일보의 강도 높은 비판은 대통령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 여권의 선거 국면 전환을 주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30일자 <이종섭 결국 사퇴,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 불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수사가 잘못됐다고 해도 법적으로 피의자 신분인 사람을 대사로 임명한 것부터 납득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굳이 대사로 내보내려 했다면 수사 등 법이 정한 최소한의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 출국해야 했다. 그런데 대사를 신임장도 없이 급히 출국시켰다. 도피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되물으며 “여당과 참모들이 귀국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했다. 어떤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그냥 귀국시키면 되는데 ‘방산 공관장 회의’라는 것을 급조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대사들까지 억지로 불러들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꿴 뒤에 과감하게 고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 점점 수렁에 빠졌다”며 대통령실의 정무적 판단을 ‘무리수’, ‘억지’, ‘고집’, ‘수렁’으로 묘사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고전 중이다. 그 원인은 무슨 큰 정책적 잘못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오기와 불통이라고 한다”고 전한 뒤 “대통령 부인 문제, 이 대사 문제 등이 모두 그렇다.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이 결코 아니었다”며 여당이 고전하는 원인이 윤 대통령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을 향해 “민심을 읽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고집스럽게 역행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일으킨 이 대사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다시금 강하게 비판했다. 

▲3월 26일 24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3월 26일 24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이 신문은 같은 날 <범죄 혐의 없는데도 “대통령 탄핵”이 너도나도 선거 구호>란 제목의 또 다른 사설에서 “‘대통령 탄핵’이 일상적인 선거 구호가 된 적은 없다. ‘탄핵’을 잘못 꺼냈다간 되레 정치적 역풍을 맞았다. 그런데 이번엔 국회 다수를 점한 제1야당과 범야권 전체가 공공연하게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오만한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는 국민 정서적인 문제일 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야권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동시에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논란,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발언 파문 때마다 민심에 역행했다. 여당이나 참모진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며 “과거라면 야권의 ‘탄핵’ 주장은 도리어 역풍을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 구호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미다. 조선일보는 “법적 사유 없는 탄핵 선동은 국정 혼란만 부추길 뿐 나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윤 대통령도 지금의 상황이 온 이유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날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윤 대통령의 선택>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4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질 여소야대가 현실로 닥쳐왔다”면서 “이 모든 상황을 어느 한 사람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 윤 대통령 문제가 있음을 부정할 순 없다”고 썼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예상된 위기 앞에서 윤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선거 참패의 예정된 결과를 맞이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일방통행식 국정 스타일을 바꾸고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것이다”라고 썼다. 박 실장은 “늦긴 했지만 이종섭 대사 경질은 대통령의 변화를 알리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의업 사태 불부터 꺼야 한다. ‘2000명 증원’ 숫자를 고집하지 말고 대승적으로 나서 대화의 물꼬를 튼다면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