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동훈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주재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 3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동훈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주재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 발언에 스타일이 거칠어졌다, 여의도 정치 화법에 물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찌됐든 한 위원장의 거친 언사에 놀랍다는 평이 대체적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불경에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으론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여권의 위기의식이 한동훈 위원장 발언으로 표출된 게 아니냐며 메시지 수위에 대한 고심이 읽힌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민의힘과 한동훈 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정리한 메시지는 ‘이재명·조국(이·조) 범죄자 심판론’이다.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발언도 이재명·조국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고 정치를 할 자격이 없음을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한 위원장 메시지는 운동권 청산론→종북세력 때리기→이·조 심판론으로 대상을 옮겨왔다. 공통점은 모두 네거티브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국민의힘과 한동훈 위원장은 이·조 심판론이 네거티브 선거전의 일환이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9일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를 전과 4범, 조국 대표를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이재명·조국 심판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치개혁이자 민생”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위원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 위원장은 28일 의정부 유세 현장에서 “이번 선거는 법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과 감옥 가기 싫은 범죄자들 사이의 대결”이라며 “이·조 심판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민생이고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조 심판을 민생이라고 강조할수록 대중은 여권이 불리해지자 네거티브 선거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를 개같이” 발언과 ‘이·조 심판론’ 메시지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27일 수원 올림픽 공원 거리 인사에 나선 한동훈 위원장의 발언이다. 한 위원장은 이수정 경기 수원정 후보를 치켜세우면서 “이수정은 여기서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다. 이수정이 여러분을 위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수정 후보가 서울 서초구에 38억 상당의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이 아닌 경기 수원에 출마할 이유가 없다는 민주당 후보의 비판이 한창이었는데 이 같은 내용을 의식했는지 여부를 떠나 한 위원장이 이 후보를 ‘셀프 디스’한 것처럼 비췄다.

그런데 한 위원장 발언은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엘리트층의 시혜적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것이어서 문제가 적지 않다. 앞서 거친 발언은 정치 혐오의 주요 요소인 막말로 보일 수 있지만 정치인의 말싸움 연장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라는 발언은 엘리트 특권의식을 반영하고 한동훈 위원장이 생각하는 정치의 본질을 되묻게하는 대목이다.

특히 한 위원장은 ‘동료 시민’이라는 말을 사용해 지지를 호소하고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해왔는데 이수정 후보를 띄우면서 했던 말은 ‘동료 시민’을 배반하는 말이기도 하다. 동료 시민이라는 말을 놓고 지지층만을 겨냥해 만든 작위적인 언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동료 시민에 대한 강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한동훈 위원장의 정치 소명 의식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라는 ‘실언’ 속에 ‘동료 시민’을 대하는 한동훈식 정치의 이중성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한동훈 위원장은 야당 후보를 비난하면서 메시지가 꼬이기도 했다. 29일 영등포 유세현장에서 한 위원장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후보 배우자 이종근 변호사의 전관예우 수임 의혹에 따른 22억원 수익 문제, 공영운 민주당 후보(경기 화성을)의 아들 부동산 증여 문제 등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10억짜리 부동산을 사서 군대에 가 있는 아들에게 증여했다”며 “그게 지금 30억이 됐죠. 여러분 그렇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정치를 왜 합니까?”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이 전국 단위 선거를 처음 치르다 보니, 개별 이슈에 대한 대응이 과할 정도로 잦고 그 과정에서 메시지 혼선이 종종 나타나고 있어 원톱 체제에 대한 리스크가 더 짙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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