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호 전 언론노조 ubc울산방송지부장이 지난 13일 언론노조 측에 전달한 사과문 이미지
▲최양호 전 언론노조 ubc울산방송지부장이 지난 13일 언론노조 측에 전달한 사과문 이미지

전국언론노동조합 ubc울산방송지부장이 방송비정규직 당사자와 엔딩크레딧, 고 이재학 PD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했다. 그러나 울산 지역사회에선 제대로 된 사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와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에 따르면 최양호 전 ubc지부장은 지난 12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를 만나 사과했다. 면담엔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배석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최 전 지부장은 면담을 수일 앞두고 지부장에서 사퇴했다.

최 전 지부장은 지난 13일엔 ubc 사옥 노조 사무실에 붙인 ‘사과문’에서 “현 상황 문제에 대해서 대화하던 중 저의 발언이 이산하, 손민정씨에게 상처를 주었다. 제가 상처를 드렸다면 두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며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 두 분의 아픔이 해결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앞서 이재학 PD 유족과 엔딩크레딧이 언론노조 측에 최 당시 지부장의 발언에 문제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이들은 최 지부장의 반복된 비정규직 음해·비방 언행 기록을 전달하고 △언론노조와 지부장 사과 △지부장 징계 또는 사퇴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고 이재학 PD 유족을 모욕한 발언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울산지역 노동단체 등에 따르면 최 전 지부장은 지난 1월 ubc 비정규직 문제를 비판하는 첫 지역사회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지역노동단체 대표를 찾아가 연대하지 말도록 요청하면서 ‘엔딩크레딧과 노무법인 돌꽃은 이 사람들(이산하 아나운서와 손민정 그래픽 디자이너)의 돈을 빨아먹는다’, ‘(이씨와 손씨는) 엔딩크레딧의 꼭두각시’라고 발언했다. 이씨와 손씨를 두고도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최 지부장은 같은 달 이씨에게는 그의 지부 가입을 거절하는 한편 ‘엔딩크레딧과 같이 하지 말라’, ‘이재학 PD 유가족이 회사에 돈을 더 달라며 싸웠다’ 등 허위 명예훼손 발언을 했다. 손씨를 두고도 비방하며 ‘같이 하지 말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말 “(지부 간부가) 본의 아닌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며 사과문을 냈다.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울산 중구 ubc 사옥 앞에서 ubc 비정규직 괴롭힘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ubc비정규직대책위 제공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울산 중구 ubc 사옥 앞에서 ubc 비정규직 괴롭힘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ubc비정규직대책위 제공

이산하씨는 ubc에서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해고당한 뒤 2021년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했지만 현재까지 근로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9년째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손민정씨는 ubc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중이다. 고 이재학 PD는 14년 간 CJB청주방송에서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하다 2018년 해고를 당했고, 부당해고를 다투다 2020년 숨졌다.

최 전 지부장 사퇴가 차기 지부 임원 선거 시기에 사유를 알리지 않고 이뤄진 데다, 방송비정규직 당사자에 사과한 방식과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차기 ubc지부장은 사과문 게재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산하씨는 통화에서 “사과문을 찾아다녔지만 직접 보지 못했다. 또 이 사안은 상처를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것임에도 사과문에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민정씨는 “형식을 못 갖추고 억지로 받는 사과 같다”고 말했다.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노조 결정도 무시하며 사과를 ‘예고’한 글에 두 노동자는 물론 언론노조를 지켜보는 이들은 실망을 감출 수 없다”며 “(최 전 지부장은) 반성하고 당사자들에게도 제대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언론노조 ubc울산방송지부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자성 보장을 위해 함께 투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는 통화에서 “유족으로서 민형사상 소송까지 진심으로 고민했던 상황에서 최씨가 ‘본인이 잘못했다, 어리석었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방송 비정규직 당사자에게는 부실하고 형식적인 사과문으로 당사자에게 2차 모멸감을 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언론노조는 엔딩크레딧과 공식 면담 때 3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재발방지책을 다루겠다고 밝혔지만, 중집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언론노조가 진심으로 성찰할 의지가 있다면 이 사건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28일 예정된 중집 안건에는 방송비정규직 투쟁 방해 재발방지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본부 가입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다. 언론노조 측은 통화에서 관련해 보완이 필요해 4월 중집에서 다루기로 했으며 ubc지부장 사과에 대해서는 28일 중집에서 구두로 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 전 지부장은 27~28일 전화와 메시지를 통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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