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대파. 사진=대통령실, Pixabay.
▲윤석열 대통령과 대파. 사진=대통령실, Pixabay.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 논란에 일부 언론이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억지 대파 소동”으로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 때 대파 가격이 더 비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크게 할인된 가격이라는 점을 인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물가동향 점검 자리에 과도한 할인 사례를 부각한 것과 대통령에게 현실과 다른 보고가 이뤄진 점 등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발단은 지난 18일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를 찾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한 단에 875원에 판매되는 대파를 보고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18일 기준 대파 한 단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4250원인데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도매상 납품 단가지원·자체 할인에 정부 농산물 할인쿠폰 지원을 통한 30%의 추가 할인을 적용한 매우 이례적인 할인을 했다.

▲3월26일 조선일보 사설.
▲3월26일 조선일보 사설.

대파 논란 이어지자 문재인 정부 소환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대파 논란을 부각하는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26일 사설 <억지 대파 소동 이어 “1인당 25만원 준다”까지>에서 “윤 대통령이 대파가 875원이라고 한 것이 아니고 다른 곳은 비쌀 것이라고 했는데도 민주당 측은 시장에서 대파 가격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며 “세계적 경제 국가의 총선 이슈는 반도체가 아니라 억지로 만든 대파 소동”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파 값이 비쌌던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 3월이었다. 당시 대파 값은 지금보다 훨씬 비쌌다”며 “불과 넉 달 뒤엔 대파 값이 폭락해서 농민들이 대파를 폐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대파 가격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 시기인 2020~2022년도에 채소류의 가격이 가장 높은 흐름을 보였으며 대파는 2021년 3월 평균 소비자 가격이 6981원까지 상승해 ‘파테크’, ‘반려대파’와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3월27일 문화일보 5면 기사.
▲3월27일 문화일보 5면 기사.

이어 문화일보·매일경제는 지면에서 대통령실 입장을 인용 보도했다. 특히 문화일보는 팩트체크 기사를 내고 민주당이 대파 논쟁으로 유권자 불신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27일 <대형마트 대파 권장가 4250원… 文 정부때 6981원까지 급등> 보도에서 “때아닌 ‘대파값 논쟁’으로 정치권이 유권자 불신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민주당의 일부 총선 후보는 한 단 7980원에 판매되고 있는 대파 사진을 SNS로 확산하는 소위 ‘대파 챌린지’를 벌였다. 가능한 한 비싼 대파를 찾아내 비난 여론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매일경제 역시 27일  <대통령실, 대파값 논란에 “文때 채소가격 더 높았다”> 보도에서 대통령실 발언을 설명하며 “이달 들어 22일까지 대파의 ㎏당 평균 가격은 3539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인데, 야당 공세가 지나치다는 설명”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행보 정말 문제 없었나

당시 윤 대통령은 상반된 발언을 동시에 했기에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대파 가격에 대한 인식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800원대에 판매하는 대파를 보고선 “합리적”이라고 말한 점은 물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그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닌가”라는 발언은 할인 폭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논란의 소지가 없는 건 아니다. 윤 대통령의 하나로마트 양재점 방문 목적이 ‘물가 점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할인 사례를 부각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의 질문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5대 대형마트에서도 같은 할인을  한다고 설명하며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했고 윤 대통령은 수긍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기준 홈플러스는 정부지원 할인을 적용해 대파 한 단을 2030원에 판매했다. 이날 이마트는 대파 한 단을 1980원에 판매했다. 하나로마트에서도 일부 대형유통 지점만 큰 폭의 할인을 했고 대다수 지점에선 2000원 이상 가격에 대파를 판매했다.

▲지난 21일 하나로마트 서울 마곡점(왼쪽)과 등촌점. 하나로마트에서도 지점에 따라 대파 가격에 차이가 컸다.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 21일 하나로마트 서울 마곡점(왼쪽)과 등촌점. 하나로마트에서도 지점에 따라 대파 가격에 차이가 컸다. 사진=금준경 기자

조선일보 외의 언론에선 오히려 이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0일 “대통령이 고물가로 고통받는 민생현장을 냉철하게 파악해야하는 자리에서 대신 정부 행정 성과만 설명들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20일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이날 마트를 방문한 것은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앞서 현장 물가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며 “대통령에게 소개된 875원짜리 대파 한 단은 모든 지원을 끌어모아야 가능했다”고 했다. 

문화일보는 27일 보도에서 “‘다른 데는 이렇게 싸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시중 가격을 묻긴 했으나, 실제 물가하고 동떨어진 대파를 집은 것 자체가 대통령실의 의전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27일 <총선 앞 ‘관권선거’ 논란만 남긴 윤석열식 민생토론회> 사설을 내고 “각종 후유증만 낳고 벼랑 끝 민생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전시성 행사는 총선 뒤에라도 재개할 생각을 아예 접는 게 좋다”고 했다.

▲3월27일 매일경제 칼럼.
▲3월27일 매일경제 칼럼.

근본 대책 주문 보도도

매일경제·동아일보·중앙일보 등은 정부가 인위적 할인을 통한 대파 등 개별품목에 대한 물가잡기 대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세계일보에 게재한 칼럼에서 “사후적으로 가격 인하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주요 농수산물의 수급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심윤희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27일 칼럼을 통해 “보여주기식 이벤트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며 “농산물 생산과 공급 기반 안정화, 수입 확대,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3일 사설을 통해 “임기응변식 가격 보조를 넘어서 기후 변화와 고령화에 따른 공급 축소를 비롯한 농산물 생산·유통 문제를 개선하는 중장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김재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1일 칼럼에서 “대통령에게 파격적으로 싼 특가 상품을 보여주는 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농산물 생산 및 유통구조 안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 방문 같은 보여주기식 깜짝 이벤트만으론 물가를 잡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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