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JTBC 사옥. 사진=중앙그룹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JTBC 사옥. 사진=중앙그룹

올 들어 중앙일보·JTBC 기자들이 매주 1명 꼴로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회사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인 태도와 낮은 처우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노보에서 올해 퇴사를 결심한 기자직 조합원이 8명이라고 밝혔다. 조합원이 되기도 전에 그만둔 신입기자도 2명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8명 중 5명은 재취업 계획도 없이 퇴사를 택했다. 퇴사를 택한 조합원 평균 근속은 5년이었고, 8명 중 7명이 JTBC 기자였다. 노조는 “명예조합원 퇴사자까지 더하면 1월부터 매주 한 명이 중앙그룹을 떠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퇴사자들은 JTBC가 지난 연말 경영난을 이유로 실시한 구조조정 과정을 보며 퇴사할 마음을 굳혔다. 노보에 따르면 A씨는 “회사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나도 언젠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퇴사를 결심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성 추문부터 압수수색까지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선배들이 ‘이것만 지나가면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희망퇴직 이후로 다들 포기한 듯한 모습”이라고 털어놨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이 18일 발행한 중앙노보 갈무리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이 18일 발행한 중앙노보 갈무리

처우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구성원을 아끼지 않는 태도도 퇴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E씨는 “보상이 적은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위로나 희망의 말 한마디 못 들었던 것이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F씨는 “중앙그룹은 다른 회사에 비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많은데 그에 대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D씨는 “짧게 병가를 쓰고 돌아왔는데 몸은 아직 회복이 안 됐고, 구조조정까지 겪을 터라 아픈 게 죄송한 일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H씨는 “휴직이 가능했다면 조금 쉬면서 다시 고민해봤을 것 같은데, 회사가 휴직 요청에 보수적인 것을 보고 바로 사직서를 내 버렸다”고 했다. 노조는 회사가 휴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산업 자체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있다. G씨는 “언론계가 변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확장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였다”며 “디지털, 유튜브 시도하고 있지만 언론사가 그것으로 돈을 번 좋은 선례도 없는 것 같고, 또 돈을 못 벌면 그룹 내에서도 ‘돈이 안 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며 고민이 깊어졌다”고 덧붙였다.

남은 고민은 회사에 남길 택한 구성원 사기를 회사가 어떻게 진작하느냐다. 노보는 한 중앙일보 편집국 조합원이 “후배들에게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데 어떤 비전이 있는지 설명도, 설득도 해주지 못한 지 오래”라며 “처우 개선 등 근본 조치가 없다면 능력 있는 후배들의 이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JTBC의 올해 1분기 인건비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중앙일보·JTBC노조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 결과로 풀이했다. JTBC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편성비 최적화, 간접·판관비 축소, 조직·인력 감축 등을 통해 비용 총 250억 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JTBC는 올해 흑자 1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광고 실적이 목표를 밑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목표치를 넘어섰지만 금리 상승과 지분법 손실 등으로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책정했다. 중앙일보 측은 노조에 “더 중앙 플러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노력을 병행중”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최종혁 노조 방송부위원장은 노보에서 “광고 시장이 어렵고 불확실한 이 상황을 회사가 어떻게 헤쳐나가겠다, 어떻게 어디에 투자해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방향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현 노조위원장은 “지금 조합원들은 우리가 노력하고 감내한 것에 대한 보상이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에 동참하고 있는데 성과는 나고 있는가, 경영은 얼마나 잘 되고 있는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양사의 경영 상황 공유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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