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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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박성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가 서울신문 논설위원으로 복귀했다. 서울신문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뒤 논설위원까지 하다 지난해 4월 문체부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 2월말 물러나 곧바로 언론계로 돌아왔다. 그가 최근에 쓴 칼럼 제목은 <국회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였다. 

일탈 같았던 일들은 점점 관행이 되고 있다. 당장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신문 기자로 출발해 반기문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가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에 돌아왔고, 이후 종편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다 지난해 2월 대통령실 대변인에 임명됐다. 

김은혜 전임 홍보수석도 마찬가지다. MBC 기자로 출발해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뒤 KT를 거쳐 2014년 7월부터 MBN <뉴스&이슈> 앵커로 5년간 활동했다. 이후 국회의원이 되고 현 정부 대통령 홍보수석이 되며 승승장구했다. 이제 언론계는 언론인 출신이 정계로 갔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김민석 전 중앙일보 기자의 사례도 상징적이다. 국방부 출입기자였던 그는 2010년 국방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겨 5년 넘게 대변인을 지낸 뒤 다시 중앙일보에 복귀해 2017년 국방부 출입기자로 돌아가며 논란을 자초했다. 그렇게 군사전문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3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에 취임했다.

이런 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중 하나는 윤창중이다. 한국일보-KBS-세계일보를 거친 뒤 노태우 정부 청와대 정부비서실로 간 그는 1993년 다시 세계일보로 복귀해 정치부장을 지낸 뒤 1997년 이회창 대선캠프 부대변인을 맡았다. 이회창 후보 낙선 이후 1999년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에 돌아왔고 박근혜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다.

정계로 향했던 이들만 언론계에 돌아오는 게 아니다. 전진배 JTBC 기자는 정치부장을 거쳐 2019년 말 퇴사해 2020년 한화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까지 올랐다가 2022년 JTBC 보도담당 대표이사로 돌아왔다. 당시 한국기자협회는 “충격적”이라며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할 언론과 기업의 벽을 스스럼없이 넘나들며 직업윤리를 팽개쳤다”고 평가했다. 

‘폴리널리스트’부터 ‘이코널리스트’까지 감시자에서 내부자로, 다시 감시자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돌아올 수 있어서 가는 것이다. 이들의 언론계 복귀에 제동이 필요하다. 노사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입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뉴스이용자를 향해 ‘공정’을 외치는 언론계 모습은 위선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이번 총선에 출마한 언론계 출신 후보들도 낙선 이후 슬그머니 언론계에 돌아온다. 전북기자협회의 경우 ‘폴리널리스트 재입사 제한’ 조항이 있지만 협회 회원 자격정지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가는 이들에 대한 비판에 비해 돌아오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 적은 언론계 자성부터 필요하다. 언론계가 자초한 거대한 불신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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