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해촉 의결 뒤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17층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당시 야권 추천 심의위원들. 왼쪽부터 윤성옥, 옥시찬, 김유진 위원. 사진=박재령 기자
▲ 지난 1월 해촉 의결 뒤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17층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당시 야권 추천 심의위원들. 왼쪽부터 윤성옥, 옥시찬, 김유진 위원. 사진=박재령 기자

여야 4대1 구조의 방송심의 현장에서 홀로 남은 야권 추천 위원이 회의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일정이 맞지 않아 회의 중간에 퇴장할 수밖에 없는 야권 추천 위원은 위원장이 협의 없이 소위를 강제 배정했다며 재배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에 속해 있는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지난 12일 방송소위와 지난 19일 방송소위 도중 대학 강의를 위해 퇴장했다. 윤 위원은 비상임위원으로 경기대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회의 불참이 예상되자 윤성옥 위원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소위 재배정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윤 위원은 “임기 전반기에 방송소위 업무를 마쳐 임기 하반기부터는 통신소위 심의를 수행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에 이미 작년에 모든 학교일정을 조정한 상태”라며 “학교 일정상 학생들의 수업시간을 변경할 수 없는 시점이다. 현재 제가 방송소위에 참석해 정상적으로 심의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재배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소위 구성을 재배정 하지 않아 이후 발생하는 결석사태와 위원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위원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위원은 지난 12일 방송소위에서도 회의 도중에 퇴장하며 “저도 학교 일정이라는 게 있다. 이 상태면 정상적인 심의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 12일 회의에서 “지난달 26일 윤 위원은 공개적으로 심의 거부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위원장으로서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이런 상황에서 윤 위원께 소위 배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는 생각이 될 정도였다. 그래서 말씀 드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달 해촉됐던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이 법원 결정으로 복귀하자 협의를 통해 소위를 배정하던 관행을 깨고 윤성옥 위원과 김유진 위원을 강제 배정시켰다. 그 결과 해촉 전 방송소위, 광고소위를 맡던 김유진 위원은 디지털성범죄소위(디성소위), 광고소위에 배정됐고 통신소위, 디성소위를 맡던 윤성옥 위원은 방송, 통신, 광고 모든 소위에 배정됐다.

방송소위와 통신소위는 본래 여야 3대2로 운영되지만 현재 해당 소위들은 여야 4대1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더해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이 방송소위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방송소위는 사실상 여권 추천 위원만 4인 참석한 채 진행되고 있다.

윤 위원은 지난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위 배정은) 위원장의 인사권이 아니다. 위원들하고 협의해서 하는 자리”라며 “강의시간과 같은 개인 일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일부러 저의 불참을 유도한 게 아닐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20일 오전 방심위를 통해 류희림 위원장에게 △윤 위원의 소위 재배정 요청에 대한 입장 △윤 위원을 방송소위에 배정해 회의 파행을 유도했는지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류희림 위원장은 이전 회의에서 소위 배정엔 위원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실제 협의하지는 않았다. 지난 5일 류 위원장은 김유진 위원의 회의 참석을 불허하며 소위 배정이 우선이라고 말한 뒤 “소위 배정이 간단한 게 아니다. 새로 오신 위원님들은 심의위원 계약 전에 소위 배정을 고려해 강의 시간 등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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