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민영화를 승인한 YTN에서 한 영상기자가 YTN 영상취재부를 보도국에서 분리해 노조 활동을 약화시키고 자회사 설립을 준비하자고 차기 사장에게 제안하는 내용의 입장문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내용의 구체성과 작성 경위로 볼 때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며 “노조 탄압을 위한 조직 개편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YTN지부는 18일 성명에서 “YTN 영상부서를 자회사로 분리하기 전 단계로 이른바 ‘영상국’을 만들어 ‘강성 노조원’을 관리하겠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문건이 확인됐다”며 “사내 모 인사가 ‘신임 사장’에게 보내는 ‘현황 보고’로, 내용의 구체성과 작성 경위로 볼 때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글은 제2노조인 YTN방송노동조합 소속 기자가 쓴 글로, 사내에서 발견돼 지난 12일 지부가 입수했다.

A 영상기자는 ‘사장님’을 수신인으로 한 글에서 “저희 영상(부서)은 강성노조원이 대부분”이라며 “2008년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를 시작으로 꼭 공산당 세력 넓히듯이 한 명 두 명 포섭돼서 주니어 대부분이 강성노조원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어 “노조 활동 여부에 따라 부원들을 갈라치고 선배 후배 편가르기 하면서 철저하게 출입처를 독식하고 일일 취재 업무 배정에도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YTN 사옥과 유진그룹 사옥. ⓒ연합뉴스
▲YTN 사옥과 유진그룹 사옥. ⓒ연합뉴스

A 기자는 “왜 영상취재부가 이렇게 극단화되고 강성노조원이 되었는가? 영상취재부가 보도국 소속이라는 측면도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거 같다”며 “영상기자들은 자신들이 보도국 기자라는 우월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장님께 영상국의 신설을 제안드린다”며 “영상기자들이 직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기게 되고 회사 업무나 노조 활동에서도 도를 넘는 과격한 행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A 기자는 “민간 방송국들이 영상직군이나 기술직군에 대한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과거 사례”를 언급한 뒤 노조의 자회사 설립 반대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를 사전 차단하는 첫 번째 조처가 영상취재부를 보도국에서 분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회사 편입의 시기가 왔을 때도 영상국을 통으로 관리처분 하는 게 더 유리하고 신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영상국을 책임지게 된다면 저는 무너진 (위)계질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며 “정치색이 짙은 사원들의 편집분야를 재조정하겠다”고 했다. 

YTN지부는 성명에서 “노조 핵심 동력인 영상부서의 조직력을 와해하기 위한 ‘영상부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얘기”라며 “‘강성 노조원’ 때려잡을 테니, 자신을 영상국장 자리에 앉혀 달라는 얘기다. 벌써 보직 거래인가? 어떻게 동료들을 이런 식으로 팔고 자리를 탐내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YTN지부는 “더 큰 문제는 문건이 지배구조 변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YTN의 앞날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노조 탄압을 위한 조직 개편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노동조건의 저하를 불러오는 자회사 편입은 고용안정협약 등의 단체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라고 했다.

YTN는 오는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예고한 상태로, 이날 YTN 신임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YTN지부는 보고 있다. 주총에는 의결 사항으로 신임 이사 선임의 건이 예고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기 사장을 상대로 ‘노조 동력 약화와 자회사 편입’을 목표로 밝힌 글이 사내에서 발견된 것이다.

앞서 유진이엔티는 대주주 지위를 획득한 당일인 지난달 14일 YTN 측에 사내이사로 △김백 전 YTN 상무 △김원배 전 YTN 국장, 사외이사로 △김진구 유진그룹 부사장·유진이엔티 대표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이연주 연세대 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전 자유총연맹 부총재) 등 6명을 선임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했다.

YTN지부는 “해당 문건은 누군가의 제안으로 만들어졌고, 이른바 ‘신임 사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비슷한 문건이 보도국과 기술국 등에서도 작성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A 기자는 해당 글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보고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A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건이나 문서가 아니라 메모장에 일기 형식으로 쓴 개인 의견이다. 누구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이 아니고, 보고하지도 않았다”며 “사장을 혹시라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전하려는 개인적 생각을 구어체로 서술한 것”이라고 했다.

A 기자는 노조 활동의 약화나 자회사 편입을 위한 조직개편 제안이 반노동적이라는 비판에 “감정에 치우쳐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했다”면서 “제 생각에 노조가 너무 강성화돼있고 편향돼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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