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미디어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선거용 정책 발표라는 지적과 함께 사업자의 민원을 대거 들어준 규제 완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총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방송 등 미디어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발전방안은 ‘콘텐츠 투자 지원’ ‘방송 규제완화’로 나뉜다. 

‘콘텐츠 투자지원’ 방안으로는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 최대 30%까지 확대 △중소‧중견기업이 영상콘텐츠 문화산업전문회사에 투자한 금액에 대한 세제혜택(3%) 신설 △경쟁력 있는 대형 콘텐츠 제작 지원 △국내 제작사의 콘텐츠 IP 보유‧활용 지원 위해 민관 합동으로 1조 원대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신규 조성 등을 내놨다. 

▲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국무총리실
▲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국무총리실

‘방송 규제완화’ 방안은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제 폐지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의 최대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확대 △케이블·IPTV·일반 PP의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 △방송광고 유형 단순화 △방송광고 품목 규제완화 △대기업의 방송소유 기준을 기존 10조 원에서 GDP에 연동하도록 개편 △일간신문·뉴스통신의 케이블(SO), 위성, IPTV 지분 제한 폐지(현재 49%) △지역방송의 경우 복수의 방송 소유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겸영 규제 완화 △케이블 지역 채널의 커머스 방송 상시 허용 등을 내놨다.

미디어 공공성 강화 및 규제성 조치로는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규제 방안이 제시됐다.

한덕수 총리는 “현장의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개별 부처가 단독 추진하기 힘든 핵심 정책방안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당장 이번 발표가 경제적 측면의 규제 완화에 집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공감한다”면서도 “미디어의 경제적 가치만큼 사회문화적 가치도 집중해야 하는데, 이번 방안은 공공영역을 배제한 것으로 보여 전체 미디어 생태계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 정부는 유료방송 및 홈쇼핑 재허가 재승인 제도를 폐지하고 지상파 등 방송의 재허가 재승인 기간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 발표자료 갈무리
▲ 정부는 유료방송 및 홈쇼핑 재허가 재승인 제도를 폐지하고 지상파 등 방송의 재허가 재승인 기간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 발표자료 갈무리

김동찬 위원장은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재허가·재승인 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늘린 것에 관해 “단순히 기간을 늘려주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업자 편의를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지역방송 겸영 규제 완화 관련 김동찬 위원장은 “완화를 해 준다고 시장경쟁력이 생길지 의문”이라며 “지역방송이나 지역미디어를 공공재적인 성격으로 규정하고, 전폭적 지원을 통해 지역 저널리즘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발표된 방안은) 오히려 대주주의 영향력만 더 키우는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입장을 내고 “지난 정부 때부터 미뤄둔 미디어 사업자의 규제 완화 요구만을 정리한 민원 처리 절차에 불과하다”며 “결국 총선 국면을 맞아 졸속으로 발표한 이번 발전 방안은 국내 미디어 대기업과 보수 언론사에 던져주는 당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통신3사, CJENM,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자본력과 IP를 가진 대기업에 세제 완화 및 기금 조성의 특혜를 주겠다는 사실상의 친재벌 미디어 정책”이라며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폐지, 채널 편성 규제 완화, 재허가·재승인 기간 및 조건 부여 완화 등은 전국 사업자의 민원처리일 뿐 지역의 중소 방송사와 같은 콘텐츠 제작 부문에 대한 진흥책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일부 정책은 ‘재탕’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방안은 올해 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중복된다. 당시 기재부는 기업 규모에 따라 10~15% 추가 세액공제를 해주겠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기준까지 공개했다. 두 달 전 나온 개정안을 새로운 정책인 것처럼 다시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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