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구을)이 결국 탈당했다. 이번 공천 문제로 탈당한 현역 의원은 김영주 이수진 박영순 설훈 이상헌 의원에 이어 친문좌장이자 4선(18~21대 의원)을 지낸 홍 의원마저 탈당파 의원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이번 공천을 정치적 학살로 규정하며 원칙없는 사당화 불공정 경선에 분노한다고 성토했다.

홍영표 의원은 6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탈당’ 그리고 ‘상식과 연대’ 선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 의원은 무도한 정권 심판을 총선에서 반드시 야당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라면서도 “하지만 심판하고 견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민주당은 총선 승리보다 반대세력 제거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번 총선에 패배하면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은 더 힘들어질 것이며, 한반도 평화는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며 “그래서 더욱 민주당의 사당화 행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민주당은 소중한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견의 존중과 토론, 조정했던 당내 민주주의 실종 △도덕적, 사법적 문제 대응은 ‘도덕적 우위’ 지켜온 민주당 정체성 혼란 야기 등을 들었다. 이런 끝없는 추락은 이번 공천에서 정점을 찍었다고도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홍 의원은 이번 공천을 두고 “정치적 학살”로 규정하면서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성토했다. 홍 의원은 “엉터리 선출직 평가부터, 비선에서 한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배제 여론조사, 멀쩡한 지역에 대한 이유 없는 전략지역구 지정, 급기야 경선 배제까지, 일관되게 홍영표 퇴출이 목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자신만이 아니라 지금 많은 후보들이 원칙 없는 사당화를 위한 불공정 경선에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 ‘민주’가 사라진 가짜 민주당이 됐다고 진단하면서 “민주가 사라진 ‘가짜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권, 검찰공화국이라는 거악에 맞서기 위해 온갖 부당한 일들 속에서도 버텨왔지만, 부당한 공천, 막다른 길 앞에서 더 이상 제가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털어놨다.

홍 의원은 “거대 양당이 포기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며 “윤석열 대통령 지키기와 이재명 당대표 지키기에 매몰된 거대 양당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진짜 민주정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고 해야 할 과제들을 하나하나 다시 담겠다고 했다. 그는 “거친 광야의 길, 초심으로 돌아가 상식과 연대하고 시민과 손 맞잡아, 세상을 바꾸겠다”며 “부당한 권력의 사유화, 사당화에 맞서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홍 의원은 기자회견 뒤 백브리핑에서 최근 먼저 탈당한 설훈 의원 등 ‘민주연대’(가칭) 설립 추진 관계자들과 함께 만나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 짓고, 다음주 초에는 진로나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탈당을 결심한 이유를 두고 “비통한 심정이다. 정치하면서 민주당을 떠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은 과연 민주정당의 모습을 가지고 있느냐. 제가 알던 민주정당이 아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대선패배후 ‘졌지만 잘 싸웠다’고만 할 뿐 대선 패배의 평가도 하지 않고, 이재명 대표가 계양을에, 송영길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당을 장악하기 위한 계획을 서슴지 않고 실행했다가 지방선거에서 대참패했다면서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는 정당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위성정당 만들지 않겠다, 불체포 특권 포기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고도 다 뒤집은 점을 들어 홍 의원은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성찰하고 바꿀 수 있는 어떠한 동력도 없다. 이것이 저를 절망시켰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재명 대표 당 사당화를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의원을 쫓아내고 모욕줬다”며 “그런 결과가 이번 총선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연대 출범은 총선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의에 홍 의원은 “30일 내에 정당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과 사당화에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나가고, 그 작은 씨앗이라도 총선에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팬덤정치, 태극기, 개딸 선동정치로는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프레스라운지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탈당하지 않고 안에서 싸우고 사당화를 막을 수는 없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홍 의원은 “지난 2년 간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공천 배제를 한 것은 당을 나가라고 한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러면 ‘더 사당화되고, 이재명 사람들만 남지 않겠느냐’는 반론에 홍 의원은 “그건 더 언급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오후 영등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홍 의원 탈당을 두고 “개인적으로 배제된 분들에 안타깝다, 본인으로선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그건 누구라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당은 전체를 봐야 하고 ‘다선 중진들의 2선 후퇴’를 바라는 당원과 국민들의 기대 일부라도 충족할 수밖에 없으니 공관위와 전략공관위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저도 그 입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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