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자 조선일보 사설.
▲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연일 방송사에 중징계를 내리고 있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에 조선일보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4일 <‘1′자 썼다고, ‘여사’ 뺐다고 방송 제재, 文정권처럼 할 건가> 사설을 내고 “김 여사를 고의로 ‘김건희’라고 했다면 문제지만 출연자가 지칭한 것은 김 여사가 아니라 법안이었다. 여러 언론이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통칭해왔다”며 “법안 정식 명칭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여사’란 말은 없다”고 했다.

MBC 뉴스가 ‘파란색 1’ 그래픽을 사용한 것을 놓고 여당이 선거운동 방송이라며 공세에 나선 것에도 조선일보는 “보도에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는 공론장에서 시청자가 판단하는 게 우선이다. 권력이 정부기관을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 4일자 한겨레 칼럼.
▲ 4일자 한겨레 칼럼.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4일 한겨레 칼럼 <아2고! 2게 대체 무슨 일2고?>에서 MBC의 ‘파란색 1’ 논란을 1970년대 ‘뽀빠이 간첩’ 논란에 빗대 비판했다.

이진순 이사장은 “어느 날 ‘뽀빠이’ 봉지의 그림이 간첩들의 암호문이란 소문이 돌았다. 뽀빠이의 빨간 상의는 북한을, 파란 하의는 남한을 뜻하는데 뽀빠이의 넥타이가 화살표 모양으로 아래를 향하는 건 남한을 빨갛게 물들인단 뜻이라고, 코흘리개 친구가 숨죽이며 알려줬다”며 “반공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던 시절 코미디 같은 얘기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황당한 코미디가 복고 열풍을 타고 돌아왔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그(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 생각하는 ‘동료 시민’은, 파란색 숫자 1을 보면 ‘아, 1번을 찍어야겠구나’ 끄덕일 정도로 충동적이고 단세포적인가”라며 “과거 뽀빠이 제조사가 빨갱이 괴담 때문에 뽀빠이의 빨간색 윗도리를 흰색으로 바꾼 것처럼, 정부·여당 눈치 보기 급급한 일부 언론사는 앞으로 ‘1’을 써야 할 때마다 대체어를 찾느라 전전긍긍하고 ‘2’ 자를 공평하게 노출하기 위해 고심할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일기예보에서 기상캐스터는 미세먼지 농도를 전하며 “지금 제 옆에는 키보다 더 큰 1이 있다. 오늘 서울은 1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화면에는 파란색 1을 크게 띄웠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MBC가 일기예보를 통해 민주당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다. 설마하고 보다가 놀랐다”며 극도로 민주당 편향 방송을 해온 MBC지만 이건 선을 넘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 해당 보도가 선거방송 심의규정, 공정성 등을 위반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선방심의위원은 지난달 29일 회의에서 MBC에 대한 신속심의를 요청하며 “사실 조작에 의한 선거 개입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방심의위는 지난달 22일 패널이 ‘김건희 특검’을 언급할 때 ‘여사’를 안 붙였다는 등의 이유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최철호 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김건희’라고 언급된 것을 놓고 “불특정 다수가 보니 국민교육, 정서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 순화된 용어를 진행자가 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은 “2년 전, 4년 전에 비해 우리가 엄격하다는 지적에 한 말씀 드리겠다”며 “그때의 시대정신과 지금의 시대정신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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