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씨가 지난해 3월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형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인 박수홍씨가 지난해 3월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형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이 지난 14일 방송인 박수홍 씨의 소속사 자금과 출연료 등 약 4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박씨의 친형에게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박수홍씨를 대리하는 노종언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항소 의사를 밝힌 뒤 “박수홍씨의 인생을 파멸시키기 위해 고 김용호에게 허위 사실을 제보해 악의적인 거짓 방송을 사주하고, 지인을 통해 허위 악성 댓글을 유포하여 극심한 고통을 주고 천륜까지 끊게 만든 형수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허위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옮긴 수많은 악플러, 유튜버들과 긴 싸움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김용호씨는 2023년 10월12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다른 연예인을 협박해 수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4일 앞둔 상황이었다. 친형은 실형을 선고받고, 김용호씨도 세상에 없지만 박수홍씨의 고통은 그대로다. 

앞서 검찰은 김용호씨를 명예훼손․모욕․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동부지검이 2022년 10월25일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4월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박수홍이 사귀고 있는 93년생 여자 한 명 때문에 모든 사건이 시작된 것”이라며 ‘충격 단독 두 얼굴의 박수홍, 데이트 폭행!’ ‘중년의 혼전임신’ 등과 같은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김씨는 박씨를 향해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라. 또 거짓말로 해명하다가 2차 폭로 맞지 말고”라며 협박도 했다. 이 사건 기소 당시 김씨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또 다른 명예훼손,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였다.

검찰에 의하면 김용호씨는 △박수홍과 가족 간 분쟁은 김다예가 박수홍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꾸민 일이다 △김다예가 박수홍 아파트를 대가 없이 넘겨받았다 △박수홍이 사귀던 여성에게 돈을 다 쓰고 돈이 없자 형을 고소한 것이다 △박수홍과 김다예가 마약을 했다 △박수홍이 반려묘 다홍이를 사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구매한 뒤 우연히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인 것처럼 속였다 △박수홍이 과거 여자를 임신시키고 낙태를 여러 번 해서 정관수술을 했다 △박수홍이 과거 여자친구에게 강간 수준의 데이트 폭행을 했다 △김다예가 유○○과 연인관계였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고 김용호씨의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고 김용호씨의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박수홍‧김다예씨는 2023년 8월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한 엄벌탄원서에서 “박수홍은 방송인 경력 33년의 노고가 모두 부정당했고 혈변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으며 “김다예는 원형탈모가 왔고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김용호는 지금도 유튜브 방송을 이어가며 여전히 타인을 비방하고 웃음 짓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피해자들은 분통하고 억울해 피눈물이 난다”며 “피해자들에게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악질적인 피고인 김용호에게 엄벌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김씨가 사망하며 재판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박수홍씨는 친형과 형수를 상대로 한 지난 1월22일자 엄벌탄원서에서 “김용호는 형사재판 중에 자신은 이○○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방송했을 뿐이라고 직접 본인이 말한 바 있다”며 “피고인들은 김용호에게 허위 방송을 사주했고, 김용호는 이○○(형수) 요청에 따라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무려 31차례 반복적으로 허위 방송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박수홍씨는 “피고인들은 지난 30년 동안 저를 기만하며 노동 착취 금전 갈취에 멈추지 않고, 피해자를 향해 인격 살인을 하며 2차 가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피고인의 허위사실 유포로 한순간에 강간범이 되었고, 낙태범이 되었고, 마약사범, 데이트폭행범 등 끔찍한 범죄자가 되었다. 지난날의 명예는 갈기갈기 찢어졌다”며 “허위 사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2024년 1월19일 현재까지도 허위 사실들로 끊임없이 기사화되며 악성 댓글이 달리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명예는 회복 불가능하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서울서부지검은 2023년 10월 형수 이아무개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 의하면 이씨는 지인들을 이용해 박수홍씨 기사에 허위 댓글을 올리도록 해 박씨를 비방했다. 이에 동조한 지인들은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친형과 형수, 김용호씨의 문제를 묻는 것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박수홍씨 입장에서 김용호씨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쓴 언론은 이들과 공범이었다. 일례로 엄벌탄원서에 첨부한 머니투데이 <가세연 “박수홍 여친이 친형 고소 작전 짰다…클럽서 만나”>(2021년 4월6일), 한국경제TV <가세연, 박수홍 탈세․낙태 주장…사생활폭로 점입가경>(2021년 4월7일), 뉴시스 <“두 얼굴의 박수홍?”…김용호, 박수홍 전 여친 폭로 방송 논란>(2021년 8월2일)과 같은 기사들은 유튜브 방송 인용 보도 형식을 갖추고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허위사실 유포를 도와준 셈이었다. 

노종언 변호사는 “박수홍씨는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거짓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는 것이야말로 그동안 박수홍씨를 응원하고 걱정해 주신 분들께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박수홍씨는 누군가의 고통을 양분 삼아 기생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사이버렉카를 넘어 허위 사실로 수익을 좇는 유튜버들의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썼던 언론 또한 박수홍씨의 ‘잃어버린 명예’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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