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23일, MBC 앵커 엄기영이 특임이사에서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당시 이사장 이옥경)에서 이사 9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당시 특임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엄기영에 대해 연임하지 않기로 했고, 프리랜서로 전환하되 부사장 대우를 해주기로 했다. 그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며 주요 뉴스를 담당하는 첫 앵커가 됐다. 

엄기영은 1974년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파리특파원, 정치부장, 보도제작국장, 보도제작본부장 등을 거쳤고 뉴스데스크를 총 13년 3개월(1989년 10월9일~1996년 11월8일, 2002년 1월1일~2008년 2월1일)간 맡아 국내 최장수 앵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2년 권재홍 앵커(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에게 자리를 이어 받았고, 2008년 김성수 앵커(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 비례)에게 자리를 넘겼다.

▲ 2008년 2월1일 엄기영 앵커(왼쪽) 마지막 방송 클로징 장면. 오른쪽은 박혜진 앵커. 사진=MBC 갈무리
▲ 2008년 2월1일 엄기영 앵커(왼쪽) 마지막 방송 클로징 장면. 오른쪽은 박혜진 앵커. 사진=MBC 갈무리

다음은 2008년 2월1일 엄기영의 뉴스데스크 마지막 방송 클로징 멘트다.

“MBC 뉴스데스크 진행 13년 3개월 한국 최장수 엄기영 앵커의 마지막 진행이었습니다.” (박혜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 여러분과 함께 뉴스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우리의 푯대는 보다 반듯한 나라 그리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였죠. 좀 더 밝은 뉴스를 많이 전해 드려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이제 이 자리를 김성수 앵커에게 넘기고 여러분과 함께 모니터의 한 사람으로 돌아갑니다. 지난 13년여 매일 밤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마는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두루 강건하시고 계속 뉴스데스크를 사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08년 2월1일 뉴스데스크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 대단히 고맙습니다.” (엄기영)

엄기영은 최문순 MBC 당시 사장의 임기가 끝나가던 2008년 1월 차기 MBC 사장 공모에 나섰고, 2월1일 최종 인터뷰를 거친 뒤 같은달 29일 MBC 사장에 취임했다. 재임 시절 PD수첩에서 광우병 논란에 대해 다루면서 정권 압력을 받았고 2009년 12월 엄기영 당시 사장을 비롯해 임원진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엄기영 사장은 사표가 반려됐다. 2010년 2월, 임기가 1년 남았지만 다시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후임으로 청주MBC 사장이었던 김재철이 선임됐다. 

▲ 전직 MBC사장 엄기영이 2011년 3월2일 한나라당 강원도당에서 입당식과 함께 출마기자회견을 하고 4월27일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전직 MBC사장 엄기영이 2011년 3월2일 한나라당 강원도당에서 입당식과 함께 출마기자회견을 하고 4월27일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다음해인 2011년 3월 엄기영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이광재 강원지사 뇌물수수로 자격상실)에 출마했는데 상대인 민주당 후보 역시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이었다. 엄기영 캠프는 당시 강릉시 한 펜션에서 전화홍보원을 동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 적발됐고, 낙선해 정계 은퇴했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문건(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 2017년 드러나자 엄기영은 당시 미디어오늘에 “국정원까지 개입됐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MB가 들어서고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때문에 정권이 비틀거리게 됐다고 생각했고 당시 기자 출신 이동관이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는데 그가 ‘MBC는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격렬하게 반응했다는 이야기 등은 많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낙선한 것 관련해서는 “나는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다”라며 “MBC 출신 민주당 정치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민주당을 선택하는 것이 후배들에게 더 큰 짐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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