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지난 19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의정활동기록 기증이관 캠페인 누리집 갈무리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지난 19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의정활동기록 기증이관 캠페인 누리집 갈무리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두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시민단체가 21대 국회의원실에서 생산한 의정활동기록을 폐기하지 말고 국회기록보존소에 기증해달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통령 등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의원실에서 생산한 자료는 보존 의무가 없어 임기가 끝나면 각 의원실이 자료를 폐기하기 때문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9일 <국회의원님들 의정활동기록을 버리지 말아 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의원실에서 지난 4년간 생산한 입법활동기록, 대정부활동기록, 지역구활동기록 등 보존 의무가 없는 자료들이다. [캠페인 참여]

해당 자료에는 보안이 필요한 대외비 문건, 개인정보를 담은 정보 등 유의해야 할 정보도 있고 대정부 감사와 질의를 위해 정부에서 받은 보존가치 높은 행정자료들도 있다. 하지만 보존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의원회관 복도에 방치되다 폐기된다.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기록법 제정을 주장해왔다. 국회와 국회 각 기관은 다른 공공기관과 같이 공공기록물법을 적용받고 국회는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을 별도로 두고 있어 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 등은 해당 규칙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300명의 국회의원은 해당 법과 규칙에서 규정하지 않아 의정활동 자료가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기록은 의회정치의 발전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회기록보존소로 이관돼야 한다”며 “의정활동기록은 그 자체로 당대의 역사이고 소중한 국민의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의정활동기록을 국회기록보존소에 기증 이관한 의원실 수는 20곳, 기록물 건수는 2만372건이고 20대 국회에서 임기가 종료된 168명 의원 중 기증 이관한 의원실 수는 14곳, 기록물 건수는 3268건이다. 국회기록보존소는 연초부터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실부터 의정활동 기록을 이관해달라고 협조요청을 한다. 

미디어오늘이 국회기록보존소에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정활동 기록을 기증 이관한 의원은 김영주·박정·서삼석·안호영·이해찬 민주당 의원, 김영우·유민봉·이학재·정종섭·정우택 미래통합당 의원, 박선숙 민생당 의원, 김성식·민병두·이현재 무소속 의원 등 14명이다.

▲ 국회기록보존소 누리집 갈무리
▲ 국회기록보존소 누리집 갈무리

지난 2018년 현경대 전 의원(11대, 12대, 14대, 15대, 16대)과 이종찬 전 의원(11대, 12대, 13대, 14대)은 각 의원실이 보유하던 의정활동기록물을 국회기록보존소에 기증해 해당 기록물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2019년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20여년의 의정활동자료 등을 기증했고 관련 전시회가 열렸다. 

각 의원실 입장에서는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15일 정보공개센터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해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장환 연구관은 의원실 입장에서 “기록이 남겨져 갖게 되는 (정치적) 위험요소 때문에 (의정활동기록) 법제화에 반대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의원실에서 기록 보존 의무화에 동의하려면 “기록을 남기고 기록보존소로 이관돼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고 기록보존소 역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정보공개센터는 각 의원실에 협조요청한 공문에서 “의원실에서는 비밀정보나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 유출을 우려해 기증·이관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록물 공개를 원치 않을 경우 기증·이관을 하더라도 국회기록보존소와 별도 협약을 통해 철저하게 비공개로 관리된다”며 “또 국회기록보존소 누리집 기록물 콘텐츠 구축 등을 통해 법률에 따라 관리되고 후에 공개 가능한 정보만 대국민 서비스를 통해 공개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정보공개센터와 ‘의정활동기록 기증·이관 서약’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김철민·민형배·신동근·배진교·윤미향 등 5명이다.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당시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8명(강민정, 박병석, 오영환, 우상호, 윤관식, 이탄희, 장제원, 홍성국)에게 기증 이관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20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 정보공개센터는 MBC와 함께 의원실 자료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살펴봤다. 지난 2020년 5월 당시 보도를 보면 일부 의원실에서 기증을 하더라도 의원이 받은 상장 등 자신의 치적을 기증한 경우도 있었다. 의원실에서 의원회관 복도 등에 내다버린 문서에는 총리의 주민등록번호나 무기거래와 같이 중요한 국방문서도 있었다. 의원실 기록관리에 대한 법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강 활동가는 22일 미디어오늘에 “이번 캠페인은 20대 국회 끝날 때보다 좀 더 나아지게 만들자는 취지”라며 “의원들과 의원실 직원들이 열심히 활동한 기록들은 결국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임기가 끝날 때는 그 기록을 함부로 버리지 말고 다시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당장 임기가 끝나는 시기에 바쁘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의정활동 기록을 후대 의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남기는 것 자체가 한국 의회정치 자산이 보존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의회정치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며 “더 늦기 전에 이런 문화를 국회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캠페인을 한다”고 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도 의정활동기록 제도화 논의를 지속하면서 국회의원과 국회 기관과 협력해 국회기록물에 관한 법률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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