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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빙이미지크리에이터로 생성한 'BBC, CNN, 뉴욕타임스의 영향력'.

이태원 참사, 코로나19, 국정농단, 세월호 참사….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외신에 주목하고 있다. AI 번역이 고도화되고 접근성이 좋아지며 이제 외신은 일부 국제부 기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신뢰도 높은 외신 보도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눈이 되고, 국내 언론 보도의 한계를 짚는 저널리즘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한국 관련 해외언론 보도와 영향력’ 연구 보고서 결과는 상징적이다.

언론재단 연구진이 마켓링크에 의뢰해 2023년 9월15일부터 21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해 분석한 결과 “해외언론 보도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43.8%였다. 반면 “국내 언론 보도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28%였다. “해외 언론은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한다”는 응답자는 45.1%였으나, 국내 언론에 대해 같은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24.6%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상반된 입장을 공정하게 보도한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해외언론의 경우 응답자 36.5%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국내 언론의 경우 16.7%만 “그렇다”고 답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응답자의 40.2%는 해외 언론이 “국내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국내 언론에 대해선 “국내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답변이 16.6%에 불과했다. “심층적이고 전문성 있는 보도” 측면에서도 해외언론 긍정 평가(44.4%)는 국내 언론 긍정 평가(27.4%)보다 높았다. 

해외언론 홈페이지 등에 직접 접속해 기사를 접하는 빈도가 “1주일에 1~2회 이상”이라고 한 응답자는 28.1%였다. 10명 중 3명이다. 국내 언론의 인용 보도를 해외언론 기사를 접했다는 빈도가 “1주일에 1~2회 이상”이라는 응답자는 43.7%였다. 연구 보고서는 “뉴스 이용자들은 해외언론을 국내 언론에 비해 더욱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해외언론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갖는 영향력이 국내 언론에 비해 클 것이라고 인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연구 보고서는 “많은 이용자들이 국내 언론의 보도는 당파적 편향성이 높고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해외언론의 보도를 그 대안으로 소비하고, 결과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언론의 보도가 현재 국내 여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뉴스 이용자가 매긴 언론사별 신뢰 점수는 BBC가 6.9점(10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뉴욕타임스 6.8점, CNN 6.7점, 워싱턴포스트 6.6점, 로이터 6.4점, 가디언 6점 등 영미권 언론이 신뢰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사히는 5점, 산케이는 4.7점, 알자지라는 4.6점, 환구시보는 4점이었으며, 국내 주요 13개 매체 평균 신뢰 점수는 4.8점이었다. 

외신 인용 보도 역시 영미권 매체에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주요 방송‧신문 16곳의 외신 기사를 2012년 7월1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 분석한 결과(빅카인즈에서 ‘외신‧한국’으로 검색, ‘북한’은 제외) 외신 인용 보도 순위는 로이터통신이 2091건(15%)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블룸버그 1373건(10%), 뉴욕타임스 1329건(10%), 가디언 979건(7%), 월스트리트저널 841건(6%), 워싱턴포스트 700건(5%)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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