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사들이 최근 언론과의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불편한’ 언론 보도에 정치권은 불만을 토로해왔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양상이 과열된 모습이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지난 1일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보조금 집행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방의 중심에 섰다. 김 위원은 정의연이 국고보조금을 신청(5억)하면서 자부담금(19억 8000만 원)을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별도 부담한 흔적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정의연은 별도의 계좌로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보조금 관리지침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여성가족부 사업 결과 보고서를 보면 자부담금 19억 8000만 원을 부담했다고 하는 것이 어디에도 없다”며 정의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재차 “박물관 건립비로 지원된 국가보조금은 2012년 지금의 국민의 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여당인 시절, 이명박 정부 때 지급받은 것”이라며 “만약 김경율 씨 주장이 옳다면, 이명박 정부가 자부담을 한다고 해놓고 하지 않은 시민단체에 국가보조금을 주고 이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고 반박했다. 정의연은 “더 이상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2012년 당시 정대협이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사업결과보고서 중 국가보조금과 자부담 내역이 포함된 문서 일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겨레는 5일 <김경율 헛발질… 보고서에 19억원 없다더니 있다>에서 김 위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이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엄연히 자부담 액수가 명시돼 있고, 여성가족부도 자부담을 납부했다는 정의연 주장을 사실상 시인했다는 내용이다.

▲ 지난 1월 11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에 참석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 지난 1월 11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에 참석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그러자 김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보도를 링크하고 비난의 글을 올렸다. 김 위원은 “#한겨레_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자부담 19억원이라 했음에도, 보조금 통장에 입금된 게 없단 거를 문제 삼는 거지. 이 무슨”이라고 했다. 특히 김 위원은 “○○ 기자야”라고 비하성 표현을 한 뒤 “내가 지난 목요일에 보여준 게 보고서 중 ‘자부담 19억원’이라고 씌어진 부분이야. 네가 지금 올려놓은”이라고 썼다.  

보도 내용에 대해 정치인들이 반박하는 건 보통의 일이지만 직접 기자를 비하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되자 김 위원은 “좀전 한겨레 기사 관련 포스팅은 해당 기사를 작성하신 기자와 통화했다. 기자분께 관련 설명과 자료를 드렸으니, 향후 조처에 따라 대응토록 하겠다”며 ‘○○ 기자’라고 썼던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김 위원은 ‘○○ 기자’를 ‘기자님하’라고 표현을 바꾸고 기존 게시물을 다시 올렸다. 5일 국회 출입기자들이 모여있는 국회소통관에서도 김경율 위원의 페이스북 내용은 화제가 됐다.

김 위원은 과거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들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삭제해 논란이 됐다.

지난 12일 김 위원은 새벽 5시경 “#요며칠_기자들_전화_안_받은_이유 / #정치부_기자는_전혀_다르니_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김 위원은 “어찌 어찌 외부 비대위원 중 연장자가 되고 기자분들 접촉을 해본 축이라 꼴에 조언이랍시고 한 말”이라며 “정치인들 혹은 정치부 기자들 패턴이 어쩐지 모르지만 #아침_7시_경부터_전화다. 4, 5시에 잠자리에 드는데 무척 힘들다. 한 기자는 미안하단 언급도 없고, 목소리에 묻어오는 태도는 피식피식하는 듯 하다. 거의 매일 전화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위원은 “최근 아래와 같은 기사를 봤다. 조선일보가 먼저. #뭐_어쩌란_건지_모르겠다. 기사를 읽고 뭐 되돌아 볼 일이 뭔지. 곱씹을만한 것이 뭔지 도통…그리고 이 보도를 중앙일보가 받는다. 이게 받아 쓸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조선은 네이버 기준 하루 종일 메인에 올렸고, 중앙 역시 한참을 메인에 올렸다. 댓글 중 상당수는 내 생각과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그런데 비슷한 숫자의 다른 댓글은 또 대환장파티이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이 지목한 기사는 조선일보 <한동훈이 영입한 3명, 親與 유튜브 ‘빨대왕’ 출연진>과 중앙일보 <한동훈 영입한 인사 3명, 서민 유튜브 ‘빨대왕’ 출연진이었다>이라는 제목의 보도다.

이들 보도는 ‘조국 흑서’ 저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빨대왕’에 출연한 김경율 위원과 민경우 위원, 박상수 변호사 3인이 공교롭게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위원은 “선정적인 제목 기준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밈처럼 계속 조리돌림된다”며 뉴스 가치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과_접촉하며_가장_내상이_큰일_중_하나 / 정치부 기자는 경쟁 상대가 유투버라 그러나? 아래 기사는 막장유투버의 행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라고 비난했다.

언론의 선정성에 문제의식을 담은 게시물이 ‘기자=막장유튜버’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으면서 기자들은 지나친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리고 김 위원이 취한 조치는 게시물 삭제였다.

보도 내용 비판 및 반박→특정 기자 비난→게시물 삭제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김경율 위원은 6일 통화에서 “조선 중앙 보도는 당황스러웠다. 과연 뉴스 가치가 있는가 생각했고 댓글을 보니 제가 왜 이런 걸로 욕을 먹어야 하는지 화가 나서 기자와 통화를 했다”며 “통화하고 난 뒤 주변에서도 기자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마라 해서 게시물을 내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한겨레 보도의 경우 첫 내용이 ‘김경율 헛발질, 보고서에 자부담 내역이 나온다’는 것이었는데 제 주장은 보고서를 전체를 보면 (입금)내역이 없다는 것”이라며 “화가 많이 나서 글을 올렸다. 기자와 통화해서 사실과 다르다고 했는데 바뀐게 없어서 삭제한 게시물을 일부 표현을 바꿔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어떻게 보면 제 발언이 계속 기사화되면서 민감해지는 상황이었고 (그 대응이) 미숙했다고 본다. ○○기자라는 표현은 바보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비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5일 경동시장을 찾은 현장에서 스타벅스와 경동시장의 상생협약 내용을 소개하며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

“이 스타벅스는 사실 업계의 강자잖아요? 굉장히. 여기가 서민들이 오고 그런 곳은 아니죠. 그렇지만 이곳이 경동시장 안에 들어와 있죠. 이곳의 한 잔, 모든 아이템당 300원을 경동시장 상인회에 제공하는 상생협약을 맺은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식의 상생모델은 모두에게 좋은것이 아닌가”

이에 한 인터넷 매체가 “여기(스타벅스)가 서민들이 오고 그런 곳은 아니죠”라는 대목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명절 연휴를 나흘 앞둔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경동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명절 연휴를 나흘 앞둔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경동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언 맥락을 보면 ‘상생’에 초첨을 맞추긴 했지만 ‘스타벅스는 서민 오는 곳이 아니다’라는 대목을 따로 떼서 봤을 때 ‘서민 비하’라는 문제적 내용으로 읽힐 수 있었다.

이에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4인 가족이 요즘 물가에서 연소득 4500만 원으로 생활하려면 매일 스타벅스에서 4500원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라며 “진짜 서민의 정서를 모르고 스타벅스의 전통시장 상생 노력에 꼬투리를 잡는 것은 그야말로 달을 보는데 손가락으로 시비를 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본질을 외면한 말장난과 꼬투리 잡기는 김어준의 딴지일보나 하는 짓이다. 대한민국 언론 수준이 그래서야 되겠느냐”라고 언론을 탓했다.

앞서 한동훈 위원장은 자신과 관련된 기사 중 오마이뉴스가 부제로 달았던 “‘문재인정부 좌천 때 저녁에 사직구장에서 야구 관람했다”했지만 그때는 코로나로 무관중’이라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라고 했지 ‘사직 구장에서 야구 관람했다’고 하지 않았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대권주자를 바라보는 정치인이 “심각하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 운운하며 조치를 취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돌아왔다.

익명을 요청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 기류가 좋지 않으니 책임 소재를 찾는 모습이 언론에 투영되고 있는 것 같다”며 “비판 의식없이 받아쓰기만 잘해야 언론인가. 특정 보도와 기사에 날선 비난을 내놓은 건 잘못됐다. 문제가 있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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