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합병 혐의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합병 혐의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2 형사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가 5일 삼성물산 불법 합병 사건 1심 재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만을 목적으로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이재용 회장은 오직 자신의 경영승계를 위해 분식회계‧주가조작‧뇌물공여 등을 저질러 회사와 주주, 나아가 전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과 정부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힌 매우 악질적이고도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이번 무죄 판결을 두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이 승계와 관련 있다고 인정한 국정농단 대법원판결에도 배치되는 결과다.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을 내린 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불법 합병을 통해 애초 삼성그룹이 제시했던 합병 시너지도 구체화 되지 않았고 오직 이재용 회장이 약 3~4조 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거뒀는데도 불법 승계 목적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으며 “이 판결대로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뇌물을 주고받아 처벌은 받았지만 정작 그 뇌물의 목적이 없었다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판결이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 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 내다봤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전대미문의 ‘삼성 봐주기’ 판결로, 오로지 이재용과 삼성의 무죄를 위해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한 최악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사건에서는 범죄의 여러 목적이 있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목적이 있다면 범죄의 의도를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비춰 매우 이례적 판결”이라고 지적했으며 “(이번 판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권 강화를 꾀할 수 있었던 반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를 본 기본적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재판부는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대비 자산 규모가 3배, 매출액 규모가 6배였고, 소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회사 주식 가치만 하더라도 합병 가액을 크게 초과했으나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대비 0.35배로 책정돼 불공정 합병 논란이 제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찾아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의 은닉 자료와 장충기 전 사장의 문자 메시지 부분에 대한 증거능력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2015년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이 결의됐다. 이 말도 안 되는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이재용 회장이다. 사실상 그룹 총수, 후계자였던 그가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법부 판단”이라며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을 농락하고 경제 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1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주주를 무시하는 재벌·대기업의 경영과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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