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법조인 출신이 많은걸까”

국회입법조사처가 우리와 해외의 국회의원 직업적 배경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서 법조인 출신이 유독 많은 우리 의회의 특징을 살펴보자는 취지다.

제21대 국회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 당선자는 46명이다. 비율로 보면 15.3%다. 21대 총선 출마 법조계 출신 ‘후보자’로 범위를 넓히면 117명이었는데 법조계 후보자 당선율은 39.3%에 달했다.

21대 국회의원의 직업적 배경으로 정당인이 64명(21.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조계 출신(46명, 15.3%)이었고 공무원 출신이 43명(14.3%), 지방선출직 출신 39명(13%), 사회단체 출신 37명(12.3%), 언론계 출신 28명(8.7%) 순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 과거에 비해서 법조계 출신 의원비율이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공무원이나 선출직 공직자 출신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의 영역’이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의회 변호사 출신 의원 비율을 보면 미국 연방하원은 29.9%로 나왔다. 435명 중 130명이 로스쿨 졸업 후 법무경험을 가진 하원의원으로 분류됐다. 130명 가운데 판사 및 검사 출신 의원은 41명이다.

영국의 경우 650명 하원 의원 중 변호사 출신은 47명(7.2%)으로 나왔다. 법조계 출신 의원이 수년 동안 감소 추세에 있고 지방의원 등 정치인 출신 의원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프랑스의 경우 577명 28명(4.8%)이 변호사 출신이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출신은 기업임원(112명, 21.1%)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마크롱 대통령 당선 이후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를 후보자로 대거 공천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경우 736명 중 303명(41.2%)의 하원 의원이 인문학 및 자연과학적 배경’(background in humanities and natural sciences)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는 다양한 직업을 포함할 수 있는 포괄적 범주이지만, 여기에 포함되는 직업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 하원 의원은 168명(22.8%)이었다.

일본은 지난 2021년 중의원 총선 결과 465명 당선자 중 157명(33.8%)이 지방단체장 및 지방의원 등 출신으로 나왔다. 의원 보좌진 출신이 74명(15.9%), 국가 지방 공무원 출신이 72명(15.5%)이었다. 중의원 의원의 65.2%가 공직자 출신이었다. 언론인 출신은 18명(3.9%)였고 변호사 출신은 14명(3%)에 그쳤다.

▲ 국회의사당 정문 ⓒ연합뉴스
▲ 국회의사당 정문 ⓒ연합뉴스

국회입법조사처는 한국의 법조계 출신 의원이 많은 이유에 대해 “법조인 출신 의원의 높은 비율은 법률전문가 경력이 의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당과 유권자의 기대를 반영한다”면서 “또한 출마에 따른 경력단절의 기회비용이 적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법조인 출신 의원은 사법 관련 입법활동에서는 비법조인 출신 의원과 차이를 보이지만, 법안발의나 가결율 등 전반적인 입법활동의 성과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법조계 출신 의원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국민의힘은 검찰 출신 인사를 영입하면서 갈등 양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특정 직업집단이 의회를 과다대표하면 대표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의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다양한 직업집단 구성을 고민해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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