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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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감시 매체 뉴스어디는 뉴스타파에서 취재를 배우며 첫발을 내디뎠다. 여러 수업을 들었고, 대부분 유익했지만, 공감이 안 되는 강의 하나가 있었다. 여러 언론사의 데이터 기자들이 모여 경험담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데이터 분석이나 시각화에 문외한 기자와 소통하며 겪은 어려움, 그들로부터 받은 당황스러운 요청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보통의 기자는 데이터 전문 기자가 모든 유형의 자료를 뚝딱 분석해 내는 줄 알고 무리한 요청을 하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필자도 데이터 분석을 잘 모르는 쪽이라 공감하기엔 지식이 부족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어렵든 어떻든 데이터 기자의 몫이라고 생각해 관심이 크게 없기도 했다.

창업하고 나서야 그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은 게 후회됐다. 데이터 기자들과 같은 고충을 겪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고충을 주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다. 뉴스어디는 1인 매체이다 보니 부탁하는 게 일상인 때가 있다. 특히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디자인이 필요한 작업은 뉴스타파함께재단이나 외부 디자이너에게 부탁한다. 부탁을 듣곤 “뉴스어디 직원이 (아닌데) 된 것 같다”라거나 결과물을 주면서 “이유는 물어보지 마라, 물어봐도 안 알려줄 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필자의 요청이 당황스러웠던 탓이다. 요청하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이 부탁하는 일에 어느 정도 품이 들어가는지, 난도는 어떤지, 받아본 결과물이 최선인지 가늠을 못 하다 보니 소통에 잡음이 생긴다. 

‘당신의 일도 나의 일, 나의 일도 나의 일’이라는 태도를 갖기로 했다. 필자는 논술, 작문 중심의 언론사 채용 시스템에 맞춰 교육받아서인지 데이터 분석‧시각화 작업은 ‘알면 좋은 것’ 정도로 여겼다. 물론 그러다 큰코다칠 뻔했다. 기사형 광고 4만여 건의 심의 결과를 분석한 적이 있다. 분석을 위해 함수식을 하나 받긴 했지만 매일 12시에 퇴근해도 분석해야 하는 자료가 줄지 않았다. 눈물이 나도 손은 멈추지 못했다. 안 되겠다 싶을 때 같은 자료로 취재했던 기자에게 재차 부탁해 팁을 얻었고, 재단에 다시 요청했다. 허무할 정도로 작업이 빠르게 끝났다. 더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것도 후회가 됐지만,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 다양한 요청을 해보지 못한 것도 부끄러웠다. 

낯선 분야의 업무에 벽을 세우지 않고 ‘나의 일’로 여기고 공부하는 태도는 1인 매체 기자뿐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해 열린 글로벌탐사보도 총회에서 알게 된 크레이그 실버맨이라는 기자가 있다. 그가 준비한 세션에는 허위 조작 정보와 디지털 광고의 연관성을 추적한 내용도 담겼다. 그 과정이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그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 자체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능한 데이터 기자나 개발자일 거로 추측했다. 그런데 그는 언론사 오보에 관심이 많은 미디어 학자였다. 언론의 주요 플랫폼이 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그도 미디어를 분석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배워나간 것이다. 필자였다면 취재기자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기고 그 기회를 놓쳤을 것 같다.

뉴스어디는 새로운 기획을 준비 중이다. ‘내가 본 기사, 사실은 광고라고?’처럼 언론 감시를 위해 중요하지만, 찾아보긴 쉽지 않은 또 다른 자료를 한 번에,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려고 한다. 이번에는 4만여 건의 자료를 분석하며 우는 일이 없도록, ‘당신의 일도 나의 일, 나의 일도 나의 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몰랐던 분야도 알아가며 준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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