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오는 9월부터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기로 해 언론·광고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키 기반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해져 언론사와 광고 회사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9년 조사에선 뉴스 매체의 온라인 광고매출이 62%나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센터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이 불러올 변화> 토론회에서 언론사가 독자 데이터를 수집해 쿠키 지원 중단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언론사를 방문하는 이용자들이 누구인지 정밀하게 파악해 광고·구독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쿠키는 이용자가 인터넷을 이용할 때 생기는 데이터를 말한다. 쉽게 표현하면 일종의 ‘온라인 발자국’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건 ‘서드파티 쿠키’(제3자 쿠키)다. 서드파티 쿠키는 외부업체가 특정 웹사이트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를 말한다. 디지털 광고회사들은 서드파티 쿠키를 통해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해왔다. 애드테크 기업(온라인 광고 기술회사)은 제휴를 맺은 웹사이트에 방문한 이용자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광고에 활용해왔다. 서드파티 쿠키에 이용자의 웹사이트 방문·검색·물품 구입 이력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포털에서 ‘커피’를 검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 관련 광고를 볼 수 있게 된다.

▲사진=Pixabay. 편집=미디어오늘.
▲사진=Pixabay. 편집=미디어오늘.

4조2000억 원 규모 온라인 광고시장 타격 불가피

하지만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 추세에 따라 1월부터 크롬 사용자 1%를 대상으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고, 3분기부터 완전 중단하기로 했다.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광고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구글이 2019년 글로벌 상위 500개 퍼블리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3자 쿠키를 없앨 경우 매체당 평균 광고 수익이 52% 정도 떨어졌다. 뉴스매체의 경우 매출 하락률은 62%에 달했다.

신원수 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문제는 신문사 등 맞춤형 광고를 하는 매체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디스플레이 광고시장 규모는 4조2000억 원이다. 이 중 상당수의 광고가 쿠키 지원중단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신 부회장 분석이다.

신 부회장은 “구글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대체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효율성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광고 매출이 10~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광고주들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려 할거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재팬의 슈 히라사카 매니저는 “쿠키 중단 시행이 2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얼마나 긴박한 상황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언론사들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슈 매니저는 “웹사이트에서 서드파티 쿠키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우선 파악해야 한다”며 “서드파티 쿠키가 없어졌을 때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이 불러올 변화 토론회에 참석한 신원수 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왼쪽)과 슈 히라사카 구글 매니저(오른쪽). 사진=미디어오늘.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이 불러올 변화 토론회에 참석한 신원수 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왼쪽)과 슈 히라사카 구글 매니저(오른쪽). 사진=미디어오늘.

핵심은 독자 데이터… 소규모 언론에겐 더 큰 위기 온다

언론사 관계자들이 제시한 공통적 해결책은 ‘독자 데이터’다. 권기정 연합뉴스 플랫폼혁신센터장은 언론사들이 직접 독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센터장은 언론사 광고매출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 “결국 퍼스트 파티 데이터(언론사가 이용자에게 직접 수집하는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권 센터장은 연합뉴스도 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료 구독·개인화 뉴스 제공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면서 “일본 닛케이는 100만 유료 구독을 달성했고, 북미에서도 유료화 성공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구독 서비스와 연계되는 광고 기술이 확장된다면 새로운 시장 가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규모 언론사에는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허윤철 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은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으로 온라인매체가 장기적으로 곤란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언론사가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문제가 있다.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아 그런 것 같은데, 올해 말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면 충격을 받게 되고 그 때문에 이 문제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국장은 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략이 소규모 매체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허 국장은 “독자 데이터 등 지표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며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언론사가 얼마나 될까. 작은 매체들이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나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이 불러올 변화에 참여한 전문가들. 11시에서 시계방향으로 권기정 연합뉴스 센터장,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허윤철 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 사진=미디어오늘.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이 불러올 변화에 참여한 전문가들. 11시에서 시계방향으로 권기정 연합뉴스 센터장,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허윤철 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정순한 에너지경제 디지털콘텐츠국장은 언론사가 디지털 분야에 무지한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언론사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크게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독자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며 “데이터는 생존의 문제다. 기자는 자기 사이트의 이용자가 어디서 오는지, 기사는 누가 보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언론사들은 독자들의 회원가입도 유도하지 못했고, 결국 서드파티 쿠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서드파티 쿠키를 퍼스트파티 데이터로 바꾸기 위해선 기술이 중요하다. 언론사가 새로운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신석호 동아닷컴 전무는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은 기존 언론사 비즈니스 방식의 전면적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독자들이 원하는 진실과 인사이트를 만들어내 영향력과 브랜드를 지키는 매체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 전무는 동아일보가 로그인월을 강화하고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쿠키를 가지고 버는 돈은 크지 않다. (동아일보는) 오프라인에서 발로 뛰는 영업을 하는 방법으로 변화에 대처하려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