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방심위 긴급 간담회. 사진=김용욱 기자
▲ 2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방심위 긴급 간담회. 사진=김용욱 기자

사상 초유의 ‘여야 6대1’ 구조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운영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권 추천 위원만 선택적으로 위촉한 것을 놓고 헌법소원 및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홀로 남은 야권 추천 방심위원은 여권 추천 위원들을 향해 “총선 승리만이 최대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며 “불공정한 심의는 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오전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긴급간담회를 열고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신청 사주’ 의혹과 현 방심위 상황을 공유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조승래 민주당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고민정 민주당 의원(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장)을 비롯해 지난주 해촉된 김유진 위원과 홀로 남은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위촉을 미루고 있는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국회의장 추천 후보자)와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홍보실장, 이남표 한국언론정보학회 부회장, 신미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 23일 열린 방심위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익표 원내대표. 미디어오늘 영상 캡처
▲ 23일 열린 방심위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익표 원내대표. 미디어오늘 영상 캡처

방심위는 현재 여야 6대1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6개월간 야권 추천 위원만 5명 연속 해촉하고 대통령 몫의 위원만 추천한 결과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를 무시하고 편파적인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며 “모든 심의에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심위를 앞세운 언론장악시도를 중단하고 류희림 위원장을 해촉하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해촉된 대통령 추천 몫 김유진·옥시찬 위원 후임으로 이정옥·문재완 위원을 지난 22일 위촉했다. 지난해 국회의장 몫으로 추천돼 같이 위촉될 것이라 예상됐던 최선영 연세대 객원교수는 위촉되지 않았다.

고민정 의원은 “집권 세력의 언론 탄압과 컨트롤타워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다. 대통령은 류희림 위원장의 적반하장 야권 위원 해촉 건의를 재가하고 어제(22일)는 국회의장 추천 위원 위촉은 3개월 이상 미루고 있으면서 대통령 몫 위원 몫은 공석 5일 만에 임명하는 노골적인 편파성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 23일 열린 방심위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선영 연세대 교수. 미디어오늘 영상 캡처
▲ 23일 열린 방심위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선영 연세대 교수. 미디어오늘 영상 캡처

최선영 객원교수는 “(30일 이내 보궐위원을 위촉해야 한다는) 시행령까지 어겨가면서 왜 저를 위촉하지 않는지 대답해주는 곳이 아무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원칙과 법을 지켜가며 공백 없는 업무가 이뤄져야 함에도 방통심의위가 파행 운영을 겪는 이유는 명백하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자격 미달 류희림 위원장의 폭주를 대통령이 그대로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홀로 남은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현장에서 드는 생각은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이분들의 목표로 보인다는 것”이라며 “편파적인 선방심의위에서 특정 방송에 대한 법정제재가 벌써 예고되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통제하거나 견제할 수 없다. 불공정한 심의는 불공정한 방송을 낳고 불공정한 방송은 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진다. 류희림 위원장을 막을 수 있는 건 윤석열 대통령뿐”이라고 말했다.

방심위는 지난 22일 여권 추천 위원만 6명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심의를 예고했다. 윤성옥 위원은 현 방심위 구성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심의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최선영 객원교수는 “만약 제가 위촉돼서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이 보도가 심의 안건이 되면 가장 큰 피해는 대통령 자신이 받을 것이라고. ‘바이든-날리면’ 듣기평가 시즌2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26일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의 연두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청와대 영빈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26일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의 연두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청와대 영빈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소원 및 형사고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 및 참석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조승래 의원은 “대통령이 누구는 위촉하고 누구는 위촉하지 않는 ‘부작위’(어떤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형사고발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추천된 지 석 달이 넘었음에도 대통령이 위촉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건 추천된 분(최선영)의 권한도 침해한 것이다.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개인의 권리 침해, 이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경찰이 ‘민원인 정보 유출’ 혐의로 방심위 사무처를 압수수색하면서 경찰이 ‘선택적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민정 의원은 “공익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명분으로 류희림 위원장이 내부 감사를 실시하고 수사의뢰를 했는데 민주당은 이를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발조치한 바 있다”고 밝힌 뒤 “고발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와 오는 29일 직접 가서 조사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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