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들이 국회 소통관에 모여있는 모습. ⓒ정철운 기자
▲지역신문들이 국회 소통관에 모여있는 모습. ⓒ정철운 기자

최근 전북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봤다. 기자가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전북일보와 넷플릭스 중 한 달 무료 구독 혜택을 준다면 무엇을 선택할 건가요?” 영상에서 상당수가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지역신문도 넷플릭스도 ‘구독’ 형식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니까 일대일 비교를 할 수 있겠다 싶다. 지역신문이 글로벌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와 ‘맞짱’ 떠야 하는 운명인가.  

지역신문은 존재 이유가 있다. 단지 그것이 너무 희미해졌을 뿐. 전북일보의 다소 자조적인 질문에는 지역신문의 가치가 가려진 현실이 반영돼 있다. 지역신문은 지역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을 만들어 제공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또 지역 사람들을 하나의 정서적 공동체로 묶어주는 구실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역신문의 가치가 희미해진 이유는 포털에 종속된 언론 지형 때문이다. 우선 지역신문이 지역에서 공론장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서울 대형언론이 매일 내놓는 중요뉴스가 그날 한국 전체의 주요 아젠다가 된다. 지역 이슈가 낄 틈이 없다. 공론장 형성은커녕 기사가 노출되지도 않는다. 클릭 수를 노린 기사들이 공들인 기사를 밀어내면서 공론장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지기도 했다. 일부 지역신문은 클릭 수에 집착해 지역과 무관한 서울 중심 이슈나 낚시성 내용을 담은 기사를 쏟아내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말 포털 다음에서 지역신문 기사가 사라졌다. 검색 페이지에서 ‘뉴스제휴 언론사(CP사)’ 기사가 기본값으로 제공되도록 설정을 바꿨다. 다음에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는 언론사는 1170곳, 이 중 146개사만이 CP사다. 나머지 87% 언론사는 검색 페이지에서 제외됐다. 약 2개월이 흐른 현재 다음에서 경남도민일보로 유입되는 이용자는 이전에 비해 80~90% 줄었다. 네이버도 심상찮다. 지난해 5월 CP사 뉴스만 볼 수 있는 버튼을 만들면서 이후 트래픽이 감소세다.  

지역신문마다 심각한 위기를 느끼는 듯하다. 부랴부랴 ‘탈포털’ ‘뉴미디어 혁신’ 등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지역신문 상당수는 뉴스 외 콘텐츠 쪽을 강화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포털 뉴스 시장에서 ‘안 팔렸던’ 지역뉴스보다는 앞으로 ‘팔릴 것 같은’ 흥밋거리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구상 말이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정말 팔릴 만한 콘텐츠를 지역신문이 꾸준히 만들 수 있을까? 과장 좀 보태면 넷플릭스와 ‘맞짱’을 떠보겠다는 무모한 도전은 아닐까? 전국의 유수한 콘텐츠 기업들과 무한 경쟁해야 한다면, 결국 포털 뉴스 서비스에 맥을 못 추는 지금 처지나 별반 다를 게 있을까.

근본으로 돌아가서 지역신문의 강점을 생각해본다. 앞서 지역신문은 공론장을 마련하고, 정서적 공동체를 형성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는 당위적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라서 오히려 간과하기 쉬운 말 아닌가 싶다. 

지역신문은 ‘지역 사람들 모으기’에 강점이 있지 않는가? 이로써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를 설파할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수익 구조를 모색할 수도 있다. 마케팅 대가 세스 고딘은 “모두를 이끌려고 하면 아무도 이끌지 못한다”라고 조언한다. 그는 대신 ‘하나의 아이디어로 연결된 집단’을 꾸리라고 말한다. 이 집단을 ‘부족’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저서 <트라이브즈>에서 “오늘날의 마케팅은 부족과 관계를 맺고, 상품과 서비스를 이야기에 묶어 그들에게 퍼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역에서 공동체를 꾸리는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곳이 여럿 있다. 경남지역에는 ‘주간함양’ 사례를 꼽을만하다. ‘주간함양’ 최학수PD는 청년모임인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독서, 글쓰기, 비건 등 다양한 소모임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최PD는 이소 대표로 활동하며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취재원들과 지역의 청년들을 연결한다고 한다. 

부산에는 정욱교 PD가 운영하는 단체 ‘051FM’이 있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주요 콘텐츠로 한다. 방송은 팟캐스트에 업로드된다. 모토는 ‘부산의 오늘을 기록하고 사람을 연결한다’이다. 최근에는 각양각색의 부산시민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생 레코드’를 방송한다. 지역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부산 인디 음악방송’도 얼마 전 다시 시작했다.

탈포털을 준비하는 지역신문이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를 지워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이상하다. 오히려 지역성을 복원함으로써 저널리즘을 회복하고 또 그 지점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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