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SBS사옥.
▲서울 목동 SBS사옥.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을 신청했다. 주요 자산을 매각 중인 가운데, SBS를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태영은 지난 1월 지주사 차입으로 4000억원, 본사 건물 담보로 1900억원을 조달한 뒤 SBS미디어넷 지분 70%를 담보로 760억 원을 빌려왔고 12월에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자가 90세의 나이에 경영 일선에 복귀해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달 말로 만기가 돌아온 보증채무 3956억 원을 포함해, 3조 원 이상의 PF 잔액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에 ‘부실징후기업 선정’을 통보했고, 워크아웃을 위한 채권자 협의회를 구성했다. 채권단은 내년 1월11일 워크아웃 개시 결의 절차를 진행하고 기업 개선 계획을 작성하는데, 태영은 채권단에게 정상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 때문에 당장 태영이 갖고 있는 SBS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Y홀딩스(태영그룹 지주회사)는 태영건설(자산 5조3000억원), 에코비트(자산 2조3000억원), SBS(자산 2조5000억원)의 대주주로, SBS의 경우 38.09%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TY홀딩스는 지난해 5월 자산총액 10조가 넘는 대기업이 되며 현재 방송법 8조 위반 상황으로, 2024년 5월까지 2년의 유예기간 중 SBS 지분 상당수를 처분해야 한다.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을 10%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때문에 유동성 위기의 태영이 법 위반 상황 해소를 위해서라도 SBS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8일 SBS 대주주 TY홀딩스는 대표이사 명의로 SBS에 입장을 내고 “SBS의 경영과 미래가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이나 담보제공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못 박았다. 같은 날 방문신 SBS 사장도 담화문을 내고 “현 지주회사 체제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SBS의 경영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없다.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 또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 여론은 불안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건설 부문의 부실이 SBS로 전가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태영을 살리기 위해 SBS 자원이 동원되거나 SBS의 이익이 희생되는 일 역시 결단코 없어야 한다”며 사내 여론을 전했다. SBS노조는 “이번 사태로 고용 안정성이 위협받는 일은 결코 없도록 하겠다. 노동조건의 불이익한 변경도 없게 하겠다. 보도 기능이 위축되는 일도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미디어넷지부도 “태영건설은 종합환경부문 에코비트와 레저부문 블루원까지 시장에 내놓으며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채권단의 동의에 따라 개시가 되면 대출 만기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게 되어 경영활동을 유지하며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전하며 “SBS 미디어넷의 미래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막아 내겠다”고 했다. 이래저래 2024년은 SBS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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