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씨와 관련해 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 혐의와 관련 없는 사생활 보도 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질의하는 모습. ⓒ국회TV
▲지난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질의하는 모습. ⓒ국회TV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배우 이선균씨 고인의 명복을 빈다.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후보는 방통위원장으로서 제도와 시스템을 어떻게 국민의 편에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난 10월 인천 경찰청이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한 사실이 있었는데, 언론에 알려지게 된다. 이런 흘리기가 경찰 검찰로부터 너무 많다. 근절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은데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하자, 김홍일 후보는 “피의사실은 공표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고민정 의원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칙 아닙니까”라고 재차 묻자, 김홍일 후보는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경기신문은 지난 10월19일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 단독 기사를 냈다. 실명은 쓰지 않았지만 ‘톱스타 L씨’라는 표현과 “2001년 MBC 시트콤으로 데뷔한 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부연해 사실상 특정 될 수 있었다. 정식 수사가 아닌 내사 상황에서 나온 보도였다.

이선균씨가 당사자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부 언론은 ‘근황’ 기사를 썼다. 실명 보도 전날 밤인 10월19일 밤 국제뉴스는 “배우 이선균의 근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고 10월20일 새벽에는 “이선균과 와이프 전혜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보도했다. 위키트리는 10월20일 오전 <“정말 깜짝 놀랐다”…팬들에게 전해진 이선균 소식> 기사를 냈는데 팬클럽 사이트에 이선균씨 사진이 올라왔다는 내용의 ‘낚시성’ 기사였다. 스포츠경향은 <“이선균, 10월 조심···마약으로 수갑차” 사주풀이 조명> 기사를 통해 한 무속인의 예측 영상이 화제가 된다며 보도했다.

이 같은 언론 보도 동향을 언급하며 고민정 의원은 혐의와 관련 없는 사생활을 보도한 KBS를 비판했다. KBS는 지난달 24일 <단독 “이선균, 5차례 투약” “허위 주장”> 리포트에서 “KBS가 이선균 씨와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전화 통화 내용을 입수했다. 여기엔 두 사람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고 쓴 뒤 이선균씨와 A씨의 통화 녹취록을 보도했다.

고민정 의원은 “지난 11월24일 KBS가 이선균씨와 유흥업소 실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26일 다른 통화 녹취록을 선정적 제목과 함께 공개했다”며 “지금 이 가운데 방통위원장으로서 보셔야 할 곳은 KBS 같다. 박민 사장이 그 자리에서 인사청문을 받으시면서 굉장한 포부와 기대감도 있었다. 물론 사장 한 명 바뀌었다고 해서 뭔가 크게 바뀌거나 사건이 커지거나 하지 않을 거다. KBS가 이런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변해달라”고 물었다.

김홍일 후보가 즉답하지 못하자 정회 후 이어진 질의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이선균씨 관련 보도가 석 달간 2872건에 달한다. 공영방송 KBS까지 선정적 보도를 했다. 사생활까지 무차별하게 폭로했다. 마약 사건과 관련 없는 대화였다. 조심스럽게 표현하자면 ‘나도 너 좋아해’ 이게 뉴스가치가 있는 겁니까?”라고 다시 물었고, 그러자 김홍일 후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찬대 의원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서 공영방송이 했던 선정적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라고 묻자, 김홍일 후보는 “챙겨보고, 재발하지 않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도 “이선균씨와 관련한 KBS의 보도는 개인 간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범죄 사실과 특정해 연관 없다고 볼 수 없는 내용을 방송, 유튜브로 만들었다. 고인으로 하여금 생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모멸감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국가가 문제제기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하자, 김홍일 후보는 “말씀하신 내용 유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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