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취재. 사진=gettyimagesbank.
▲ 기사, 취재. 사진=gettyimagesbank.

배우 이선균씨가 12월27일 사망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벌어진 일이다. 이씨에 대한 수사는 대대적이었으며, 또 공개적이었다. 석달 가까이 진행된 수사에서 경찰은 3차례 공개수사를 진행했으며, 언론은 이 과정을 가감 없이 보도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이씨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28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이씨의 죽음을 두고 수사기관과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선균씨 마약 투약 혐의가 처음 알려진 건 언론을 통해서다. 경기신문은 10월19일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 기사를 내 ‘톱스타 L씨’가 마약 내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이후 다수 언론이 추측성 보도를 내놨다. KBS는 지난달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으며 가로세로연구소는 26일 또 다른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언론도 이씨 사망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12월28일 한겨레 2면.
▲12월28일 한겨레 2면.

한겨레는 28일 2면 <이선균 ‘망신주기 수사’가 비극 불렀나>에서 “‘물적 증거’ 없이 이씨를 3차례 공개 소환 조사한 경찰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퍼 나른 언론과 유튜버들이 비극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사 단계에서 피의사실이 공표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씨의 내사가 알려지면서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연예인의 이름도 에스엔에스에 수사 대상자로 올라오면서 경찰이 여러 차례 부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류 수사에 연루된 연예인의 과거 영상을 내보내며 ‘마약을 한 정황’인 것처럼 보여주는 등 보도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고 했다.

▲12월28일 조선일보 12면.
▲12월28일 조선일보 12면.

조선일보는 12면 <유튜브·일부 언론도 이선균 ‘마녀 사냥’> 보도에서 “이선균씨가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르게 된 배경에는 유튜브나 일부 언론의 자극적 보도와 소셜미디어·인터넷 게시판에 무분별하게 퍼진 미확인 정보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12월28일 한국일보 사설.
▲12월28일 한국일보 사설.

사설에서도 관련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사설 <유명 배우의 사망… 구시대 수사 관행이 부른 비극>에서 “연예인이 공인이라 해도 지켜줘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 있다”며 “경찰의 구시대적인 수사 관행은 그냥 덮고 갈 사안이 아니다. 증거와 진술 확보가 관건인 마약 수사는 다른 사건에 비해 신속하게 이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내사 단계에서 언론에 피의 사실을 흘리고, 수사를 질질 끌면서 여러 차례 공개 소환으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클릭 수 장사에 혈안이 돼 인격을 난도질하는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낸 유튜브 채널이나 언론 또한 이 비극적 결말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월28일 한겨레 사설.
▲12월28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이선균 죽음, 경찰 ‘무리한 수사’ 아니라고 할 수 있나>를 통해 “경찰은 이번 수사를 물증 없이 진술에만 의존해 착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내사 단계에서 해당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수사가 쉽지 않았다’며 언론 핑계를 댄다. 내사 사실을 경찰이 흘리지 않았다면 수사권도 없는 언론이 무슨 수로 알 수 있겠나”라고 지적하면서 “이씨의 경우 유흥업소 실장과 나눈 은밀한 문자메시지까지 언론에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경찰이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물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경찰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면 과연 누가 믿겠는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12월28일 국민일보 사설.
▲12월28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 역시 사설 <배우 이선균의 죽음… 마약 증거없는 공개수사 신중해야>를 내고 “경찰은 강압수사가 없었다고 강조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섣불리 공개수사를 벌이면서 망신주기식 조사를 거듭한 것이 이씨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보기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최정상급 배우까지 비극으로 내몬 마약 파문>을 통해 “제보에만 의존해 유명인의 혐의를 공표하는 게 적절했는지 수사 원칙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고 했다.

▲12월27일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12월27일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아침신문들이 경찰과 언론에 대한 비판을 내놓았지만, 이씨 죽음 이후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위키트리의 경우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1시간 동안 이씨 관련 기사를 42건 내놓았다. TV조선 뉴스9은 27일 보도에 [단독]을 붙이고 이씨 유서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자실보도 권고기준 3.0에는 “고인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살의 미화를 방지하려면 유서와 관련된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있다.

한겨레-경향 “김홍일 ‘자격 미달’”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7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 후보자는 BBK 무혐의 논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가족 민원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문성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수사야말로 가장 중요한 규제의 하나”라고 했다.

▲12월28일 한겨레 사설.
▲12월28일 한겨레 사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 <전문성·독립성 모두 ‘자격 미달’, 김홍일 후보 물러나야>에서 “김 후보자는 전문성·독립성 결여에 대한 우려를 전혀 불식시키지 못했다. 방송 장악에 혈안이 돼 방통위를 ‘대통령 친정 체제’로 만들려 한다는 세간의 의구심은 더욱 굳어졌다”며 “김 후보자는 자신이 방통위원장 적격자가 아님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고 했다.

한겨레는 김홍일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인간적인 친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를 독립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심각한 것은 윤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검찰 선배’라는 김 후보자가 방통위를 독립적·중립적으로 운영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검찰 정권’에 유리한 언론 지형을 만들기 위해 방송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며 “윤 대통령은 ‘믿을 건 검찰밖에 없다’는 건지, 검찰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까지 무리하게 ‘검찰 선후배’로 채우고 있다. 이제 대통령, 여당 대표,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방송통신위원장까지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 인사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나”라고 했다.

회전문 인사도 문제다. 김홍일 후보자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임명 다섯 달 만에 방통위로 직을 옮기게 됐다. 한겨레는 “후보자는 ‘권익위원장을 빨리 그만두게 된 것에 대해선 아쉽게 생각하고 국민들께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내용으로나 절차로나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인사”라고 지적했다.

▲12월28일 경향신문 사설.
▲12월2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제2의 이동관’ 불식 못 시킨 김홍일, 방통위 이끌 자격 없다>에서 “김 후보자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KBS의 프로그램 물갈이 논란, YTN 민영화 시도 등 민감한 현안에는 구체적 답변을 피해나갔다. 시종일관 ‘법규정대로 하겠다’ ‘절차대로 하겠다’고 얼버무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김 후보자 스스로 검사·변호사 시절 방송 관련 수사도 한 적이 없다고 답했을 정도로 방송·통신 분야 무경험은 치명적인 부적격 사유”라며 “김 후보자가 격변하는 미디어 시장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설성이다. ‘가짜뉴스 단속이 방통위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그의 답변은 비전문가 검찰 출신이 방통위를 이끌게 한 윤석열 정부 의도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김 위원장 지명을 철회하고, 방통위 5인 합의체제부터 우선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월28일 한겨레 5면.
▲12월28일 한겨레 5면.

이준석 정치행보 본격화… 우려 표하는 보수신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 행보가 시작됐다. 이 전 대표는 27일 서울의 한 음식집에서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총선 석달을 남겨두고 여권 내 분열이 간 것이다. 한겨레는 5면 <이준석 “칼잡이 아집” 윤 대통령 직격… 한동훈엔 “경쟁자”>에서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했던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신당의 파괴력이 사뭇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의원은 ‘득표율 1∼2%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 선거에서 이 전 대표가 보수층 지지율을 가져가면 결과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2월28일 서울신문 사설.
▲12월28일 서울신문 사설.

이처럼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국민의힘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 성향 일간지의 경우 사설을 통해 이 전 대표의 결정을 비난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자기 정치’ 말고 설명 안 되는 이준석 탈당>에서 “확고한 명분과 비전이 없는 정치는 그저 협잡일 뿐”이라고 평가했으며, 세계일보는 사설 <명분·실익 없고 보수 분열만 가속화할 이준석 탈당>에서 “이 전 대표가 한 비대위원장과 손을 맞잡아야지 탈당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12월28일 조선일보 사설.
▲12월28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이준석 탈당, 희망 줬던 ‘청년 정치’의 결말은 결국 이렇게>를 내고 “이 전 대표가 낡고 고인 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에게는 실망과 아쉬움”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르지만 희생과 헌신, 긴 호흡, 진중한 언행 없이 지금과 같은 모습만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때 희망을 줬던 ‘청년 정치’가 결국 이런 결말을 맺는다”고 했다.

▲12월28일 한국일보 사설.
▲12월28일 한국일보 사설.

반면 한국일보는 <이준석 탈당 결행… 미완에 그친 보수의 세대교체> 사설을 내고 국민의힘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대선 승리를 일군 당대표 출신이 탈당에 이른 건 여권이 우선 반성할 일이다. 지지기반이 분열하는 악재를 지금의 여당 리더십이 초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 상당수는 이 전 대표의 거친 언사와 가벼운 처신에도 공감하지 않았다… 무례와 비호감, ‘낭인정치’로 스스로를 전락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12월28일 경향신문 사설.
▲12월2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이 다당제 정치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준석 신당, 다당제 정치·정책 경쟁 변곡점되길>에서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신당이 양극화 정치를 바꾸는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며 “‘이준석 마케팅’에 기댄 신당 예열작업은 이제 끝났다. 그 신당이 가치·비전 정치, 정책 경쟁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때 제3지대 신당이라는 좁고 험한 길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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