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제방송교류재단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의 2024년도 인건비 절반이 삭감되면서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는 언론계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아리랑국제방송 인건비 총액의 50%가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정부안에서 삭감된 인건비 예산 90%를 복원하는 안을 상정했지만, 본회의에선 인건비가 반토막난 예산안이 확정됐다.

이에 본회의 이튿날인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정작 사업비인 제작비와 위성 방송사업비는 동결이거나 약소하게 증액되었지만 그 사업을 수행하는 인력의 인건비는 50%가 삭감되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여·야 야합의 결과로 지난 26년간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 국가홍보방송인 아리랑국제방송은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본사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본사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이날 “너무나도 무능하고 안일한 경영진의 국회나 정부 대응으로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혹여나 본인들이 책임져야 할 일을 비상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전가할 생각은 하지를 말아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추경 등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아리랑국제방송 인건비 예산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아리랑국제방송의 예산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국PD연합회도 27일 이번 인건비 삭감에 대해 “예산안을 작성한 기획재정부도,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국회 문체관광위도 인건비 50% 삭감의 당위성을 주장하지 않았다”며 “이 인건비 삭감안은 아리랑국제방송을 없애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 문체위에서 임금 10% 감축안에 여야가 의견 접근을 보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다시 50% 삭감으로 변경된 경위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용산 대통령실의 공기업 예산절감 압박에 호응하기로 여야가 막판에 담합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들은 독일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 프랑스24(France 24), 영국 BBC월드, 미국의소리(VOA) 등 해외 주요국 국제방송이 100%에 가까운 예산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반면 아리랑국제방송은 60%의 정부지원금 외에 40%는 자체 재원으로 충당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리랑국제방송은 비영리사업 기관으로서 이 이상의 자체 수익 확보는 어렵다는 것이다.

PD연합회는 이어 “거대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책임방기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부 예산안의 타당성을 감시하고 합리적인 예산 편성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야당 의원들 중 이 예산안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적한 국회의원이 그렇게도 없었단 말인가”라며 “정부와 국회는 아리랑국제방송을 중단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 이번 결정을 보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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