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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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여성 취재원의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는 성별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성 취재원의 등장 비율은 남성 취재원 등장 비율보다 현저히 낮았고, 등장하더라도 젠더 이슈에 편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전통적인 고정관념으로 대표성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뉴스에서도 소외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룸 차원에서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젠더 이슈에서만 여성 취재원 비율 높아 “성별 고정관념 따른 배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부교수가 한국여성기자협회 의뢰를 받아 총 20개의 언론사의 2019년, 2023년 기사(1월15일부터 3월13일까지 주마다 요일을 달리해 7개 요일 기사 수집)를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총 3404명의 취재원 중 여성은 571명(16.8%), 남성은 2673명(78.5%)을 차지했다. 성소수자 취재원은 총 3건(0.1%)에 불과했다. 2020년 기준 국제 평균인 25%에 비해서도 불균형한 결과다. 

▲ 한국여성기자협회 2023년 '저널W' 중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부교수의 '여성취재원 16.7%가 말하는 진실'에 게재된 표 갈무리. 자료 제공=한국여성기자협회
▲ 한국여성기자협회 2023년 '저널W' 중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부교수의 '여성취재원 16.7%가 말하는 진실'에 게재된 표 갈무리. 자료 제공=한국여성기자협회

2019년과 2023년 사이 큰 차이는 없었다. 2019년의 경우 여성 취재원은 290명(16.8%), 2023년의 경우 281명(16.7%)으로 나타났다. 김수아 교수는 “2019년 이후 여성 기자 비율이 상승했지만, 이에 따른 여성 취재원의 비율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며 “GMMP(Global Media Monitoring Project, 2020)에 따르면 여성 기자의 증가는 여성 관련 주제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뉴스룸 다양성의 효과에 대한 장기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에서 다뤄진 주제가 젠더 이슈인 경우 여성 취재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젠더 이슈인 경우 여성 취재원의 인용 비율이 47.6%(100건)이었지만, 젠더 이슈가 아닌 경우는 여성 취재원이 14.7%(471건), 남성 취재원이 80.6%(2574건)로 성별 격차가 커졌다. 여성 관련된 주제에만 여성 취재원을 등장시켜 고정관념을 답습하고 강화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한국여성기자협회 2023년 '저널W' 중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부교수의 '여성취재원 16.7%가 말하는 진실'에 게재된 표 갈무리. 자료 제공=한국여성기자협회
▲ 한국여성기자협회 2023년 '저널W' 중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부교수의 '여성취재원 16.7%가 말하는 진실'에 게재된 표 갈무리. 자료 제공=한국여성기자협회

김 교수는 “젠더 관련 전문가 및 당사자의 목소리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여성 관련 주제에 여성을 동원하는 건 젠더 고정관념에 따른 배치에 해당한다. 생활정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이는 생활정보 프로그램이 주로 가사, 육아, 건강 정보 등을 다루며 전통적인 성별 고정관념 영역에만 여성 전문가를 한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단 지적을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고정관념은 뉴스 영역에도 반영돼있다. 여성 취재원은 사회 영역에서 많이 인용됐고, 경제와 정치 영역에선 현저히 낮았다. 이는 정치나 경제가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지지 않는 성별 고정관념 문제와 관련된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고정관념은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선택하는 비율, 졸업 후의 취업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치·경제 영역과 같이 전통적으로 공적 영역으로 여겨지는 분야에서 여성 전문가가 육성되기 어려운 환경이며, 이것이 여성 취재원을 찾기 어려운 현실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 한국여성기자협회 2023년 '저널W' 중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부교수의 '여성취재원 16.7%가 말하는 진실'에 게재된 표 갈무리. 자료 제공=한국여성기자협회
▲ 한국여성기자협회 2023년 '저널W' 중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부교수의 '여성취재원 16.7%가 말하는 진실'에 게재된 표 갈무리. 자료 제공=한국여성기자협회

 

동아·문화·조선일보 여성 취재원 적어…경제지·방송사에도 낮은 비율

언론사별로 보면, 보수 성향 언론사의 여성 취재원 비율이 낮았다. 경제지를 제외한 신문사를 보면 동아일보의 여성 취재원 비율은 13.5%(25명)로 가장 낮았고, 문화일보 14.9%(20명), 조선일보 15.2%(29명), 한국일보 15.8%(27명), 서울신문 16.5%(26명), 중앙일보 17.8%(37명), 내일신문 18.9%(25명), 세계일보 19%(33명) 순이었다. 경향신문(21.1%, 37명), 한겨레(26.9%, 43명)의 여성 취재원 비율은 다른 언론사에 비해 높았다. 국민일보도 20.7%(33명)의 비율을 보였다. 

경제 신문에서 여성 취재원을 인용하는 비율은 전반적으로 낮았다. 매일경제는 12.4%(22명), 한국경제 13.3%(22명), 서울경제 14.0%(25명), 머니투데이 14.8%(29명), 파이낸셜뉴스 16.1%(23명), 아시아경제 19.9%(36명) 순이었다. 

방송사의 경우에도 여성 취재원 비율이 적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본인의 실명, 직업, 얼굴을 모두 드러내고 취재에 응하는 여성이 줄어들고 있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근 들어 여성 전문가가 젠더 이슈에 대해 언급할 경우 댓글, 유튜버 영상 등을 통한 사이버 불링이 발생해 여성 취재원이 뉴스 출연을 꺼리는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 사이버 불링은 여성 기자에 대한 사이버 억압 또는 위협과도 관련되며, 뉴스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드러내고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취재원의 경우 50대 취재원이 가장 다수(41.1%, 173명)이고 그 다음은 40대(19.7%, 83명)인 반면, 남성은 50대(38%, 790명), 60대(37.1%, 770명) 취재원이 다수였다. 김 교수는 현재 언론에 제시되는 목소리가 주로 50대 이상 남성이라는 것은 특히 성평등과 관련된 의제에 대해 한정된 의견이 유통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로 확인되는 취재원의 경우 여성 인용 비율은 16.1%로 낮았다. 성별 간 차이가 큰 직업군은 재계 전문가, 연구자 순이었다. 

출입처 의존성 높은 한국 언론, 다양성 위한 새로운 취재원 발굴 필요해

BBC는 2017년 ‘50:50 The Equality Project’를 제시했다. 뉴스에 등장하는 여성 취재원과 남성 취재원의 비율을 50:50으로 맞추고자 노력하겠다는 선언이다. 지난해 3월 기준 BBC 콘텐츠의 61%에서 성비 균형이 확보됐다. 취재원의 성비 외에도 인종적 다양성, 장애 다양성 등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의식적으로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e)는 비즈니스와 금융 분야의 여성 전문가들에게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2018년 500명에서 2021년 2300명까지 늘어난 여성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 BBC는 2017년 ‘50:50 The Equality Project’를 제시했다. 사진=BBC ‘50:50 The Equality Project’ 홈페이지 갈무리.
▲ BBC는 2017년 ‘50:50 The Equality Project’를 제시했다. 사진=BBC ‘50:50 The Equality Project’ 홈페이지 갈무리.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 출입처 의존성이 높아 일방향 취재가 많고,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의 정치 및 경제 영역에서의 여성 진출 비율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취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 없이는 취재원의 성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뉴스 제작 과정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선 취재원의 다양성 확보가 핵심”이라며 “뉴스룸 공통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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