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부산 엑스포 특위 야당 위원들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해외순방비 578억원을 쓰고 60개국 정상과 양자회담 및 고위급 면담을 하고도 투표에서 29표(119 대 29) 밖에 얻지 못한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실제 이 정도 수준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가려내 국민들에 보고하겠다고도 했다.

국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재호)는 이날 오후 제14차 특위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여당 위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전원 불참해 회의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야당 위원들이 정부 여당 태도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엑스포 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현재 네덜란드 해외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올해 60여 개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하고 민관이 합쳐서 175개국 3000여 명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면담했으며, 정상외교 예산으로 당초에 23년도에 책정된 249억 원에 예비비 329억 원을 증액해 총 578억 원을 올해 썼다고 돼 있다”고 제시했다. 김 의원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249억 원에 예비비 329억 원까지 동원해 대부분 해외순방비용으로 충당되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많은 예산을 쓰고 외교활동을 했다고 자랑까지 했는데 (엑스포 유치 현장투표에서) 29표가 나왔다는 여처구니없는 사실에 대해서 국민들은 그 이유가 뭔지 굉장히 궁금해” 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빌렘-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네덜란드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빌렘-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같은 당의 김정호 의원도 엑스포 실패를 두고 “부푼 풍선의 바늘로 딱 찌르니 뻥 터진 허풍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유치 실패는 충분히 예견됐다. 그럼에도 계속 국민에 희망고문을 하고 결과적으로 기망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재벌들이 힘을 모아 유치 위해 노력한 점을 두고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러나 참패하고 난 다음에 그 실패의 책임도 (재벌이) n분의 1로 나누어져야 되느냐”며 “부산 국제시장 깡통시장의 떡볶이 먹방에 병풍처럼 들러리 세우느냐”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엑스포 유치에 들어간 총 예산이 5744억 원인 것과 관련해 김 의원은 “29개국의 득표를 했는데 한나라당 200억 원 가까이(약 198억 원) 된다”며 “책임을 져도 … 감당하기도 어려운 몫”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ODA(공적개발원조)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김 의원은 “약속을 안 지키면 더더욱 대한민국의 신뢰가 떨어지고, 약속을 지키자면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대책 없이 퍼 줘야 된다”고 우려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에서 국민들이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이 우리가 받은 득표가 29표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어느 정도의 표를 확보하고 있는지, 사전에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으면 ‘사우디아라비아 지지선언’하는 대신 신뢰를 챙기고 다음번에 도와달라고 하는 게 현명했다”며 “그 사실을 알고도 (2차 투표 가면 뒤집을 수 있다고) 발언을 했다는 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그런 상황을 몰랐다면 무능한 거다 … 둘 다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회 부산 엑스포 지원 특위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간사)가 13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해외순방비 578억원을 두고 그 순방예산을 다 쓰고 엑스포 투표에서 29표를 얻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국회 부산 엑스포 지원 특위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간사)가 13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해외순방비 578억원을 두고 그 순방예산을 다 쓰고 엑스포 투표에서 29표를 얻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윤 대통령이 전혀 몰랐다고 한 것을 들어 이용우 의원은 “대통령이 더 뭘 했느냐”며 “(보고한 사람이나 책임자는) 바로 감사감이다. … 밑에서 알고도 허위보고를 했는지, 몰랐는지,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어디에다 어떻게 썼는지 이걸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표 당시 파리에 있었다는 김영배 의원도 “사우디가 굉장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를 했던 반면에 우리 외교부를 포함해서 현지에서 제가 들었던 정보는 ‘1차 투표에서 우리가 탈락하지만 않으면 2차 투표 가면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는 것이 지금도 내내 마음에 걸리고 정말 분통이 터진다”며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감추었을까. 보고를 했는데 묵살당했을까 혹은 누군가가 일부러 그 정보를 통제했을까 별 생각이 사실은 다 든다”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안 될 것 알면서 거짓말한 것 아닌지, 사우디하고 무슨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도 돌아다닐 정도로 민심이 흉흉하다”며 “국정 안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국민들께 진실을 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